‘수혁이가 왜 전화 안 받지? 무슨 일이 생겼나?’
배소윤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걱정이 밀려와 팝콘 봉지를 품에 안은 채 하루 종일 내리는 폭우를 뚫고 서진대학교로 달려갔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 온몸은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맛있는 팝콘을 조수혁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조수혁을 찾아 급히 달려가던 배소윤은 이내 멈춰 섰다.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고 그의 곁에는 강채연이 있었다.
조수혁은 강채연에게 연고를 발라주고 내내 그녀 곁을 지키고 있었다.
지금은 다친 발이 나아 걸을 수 있게 된 강채연을 직접 바래다주는 중이었다.
그들은 서로 마주 보며 웃고 있었다.
강채연은 수줍게 무언가를 속삭였고 조수혁의 밝고 잘생긴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 딱 봐도 다정한 연인처럼 보였다.
그 장면을 가만히 바라보던 배소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녀의 약혼자인 조수혁이 왜 강채연과 함께 있는 걸까?
‘약속을 어긴 이유가 설마 강채연 때문이었어?’
비를 맞으며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조수혁을 걱정했던 자신이 우스워졌다.
영화관에 오지 않은 것도, 연락을 받지 않은 것도, 결국은 다른 여자와 함께 있기 위해서였다.
배소윤은 손에 꼭 쥐고 있던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조수혁의 바지 주머니에서 울리는 벨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조수혁은 그저 강채연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을 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배소윤의 가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배신감이 이성을 집배하며 결국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달려가 두 사람 앞을 가로막았다.
“수혁아, 너 대체 왜 얘랑 같이 있는 거야?”
두 사람은 걸음을 멈췄다. 곧이어 강채연이 잔뜩 겁먹은 듯한 얼굴로 말했다.
“소윤 씨...”
그러자 조수혁은 곧바로 강채연을 보호하듯 자기 뒤로 감싸며 싸늘한 시선으로 배소윤을 노려봤다.
“배소윤, 왜 그렇게 소리 질러? 채연이가 놀랐잖아.”
그 말에 배소윤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우리 저녁 7시에 영화 보기로 한 거 잊었어?”
조수혁은 배소윤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 말에 조수혁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했다.
“네 잘못 아니야. 오해받는 건 어쩔 수 없잖아.”
그러면서 슬쩍 배소윤을 바라보았다.
강채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배소윤을 향해 조소 섞인 미소를 지었다. 그건 분명한 도발이었다. 그러나 배소윤은 그저 조용히 돌아설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등 뒤로 강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너랑 소윤 씨 대체 무슨 사이야?”
조수혁은 몇 초간 침묵하더니 짧게 답했다.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배소윤은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둘은 약혼까지 한 사이였는데 그는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었다.
정말이지 우스웠다. 가장 우스운 사람은 자기 자신이었다.
...
배소윤이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강채연과 조수혁도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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