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요, 동생?"
성문걸은 콧방귀를 뀌었다.
"제가 지금 일부러 농담을 꾸며내는 줄 알아요?"
정다연은 나이가 어렸기에 완전히 솔직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고 눈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랬군요."
그녀는 입을 뻥긋거리고 중얼거리고는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헤어진 거야?"
너무도 소중하고 쉽지 않은 10년이었을 텐데.
그녀도 같은 여자라 강유나가 쉽게 이 감정을 포기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따져 묻자 강유나는 멍해졌고 지난날의 씁쓸하고 숨 막히던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그녀는 갑자기 정다연이 진영재한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진영재는 손을 잡은 채로 그녀한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요?"
진영재는 정다연이 자신의 프라이빗한 과거를 묻는 이런 선을 넘는 행동에 짜증이 나서 미간을 찌푸리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쪽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정다연은 낯빛이 아주 안 좋았다. 강유나가 그녀와 가까이에 있었기에 그녀가 부들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해요, 진 선생님,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강유나는 진영재가 말을 정말 모질 게 한다고 생각했다. 정씨 집안사람들이 그녀를 많이 챙겨줬기에 그녀는 참지 못하고 편들어 주었다.
"진영재!"
강유나는 그를 참아준 지 오래되었기에 기회를 잡아 따지고 들었다.
"넌 사람을 존중할 줄 몰라?"
전에도 그랬다.
그는 기분이 좋아야만 나긋하게 몇 마디를 했었고, 기분이 안 좋으면 정말 모질게 말했었다.
강유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정말 참을 수 없었다.
"입이 없어? 말을 똑바로 할 수 없냐고?"
진영재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차갑게 강유나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바람을 맞아서 코끝이 빨개지자, 그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콧방귀를 뀌며 웃었다.
"왜, 이제 다리도 안 아프고, 배도 안 아픈가 봐?"
강유나는 그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말에 칼을 품고 보는 사람마다 찔러야 성에 차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과거의 만만한 강유나가 아니었기에 바로 대들었다.
"미친 거 아니야?"
진영재는 눈썹을 씰룩거렸다. 그는 정다연이 계속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기에 눈알을 굴리더니 강유나한테로 다가갔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쳤지만 그는 급해하지 않고 오히려 고개를 떨구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한참 지나서야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다른 사람 편 들어줄 힘이 있는데, 오후에 왜 바닥에 누워서 나한테 안아다 달라고 사정한 거야?"
강유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그가 헛소리를 하자 놀라서 얼른 말했다.
"내가 언제 사정했어?"
하지만 정다연은 성문걸처럼 똑똑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녀는 한참 구경하더니 그 모습을 보고는 눈이 새빨개져서 뒤돌아 민박으로 뛰어 들어갔다.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강유나는 멈칫했다.
"다연아!"
그녀가 분노에 차서 진영재를 밀어냈지만, 정다연은 바람처럼 사라졌고, 그는 유난히 만족하면서 손을 놓았고,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는데 진심으로 연기를 끝낸 표정이었다.
아무 미련이 없었다.
정다연이 멀리 사라지자 강유나는 진영재가 갖고 놀던 손바닥을 세게 문지르며 말했다.
"이제 만족해?"
진영재가 차갑게 말했다.
"쟤가 자처한 거야."
강유나는 화가 나서 몸을 부들거렸다.
"쟤가 무슨 잘못이 있어, 소녀가 너한테 관심 좀 가진 거잖아, 마음에 안 들어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되지, 왜 이렇게 대놓고 자존심을 긁는 건데?"
진영재는 강유나를 힐끗 보았다.
"잊었어?"
강유나가 멍해 있는데 진영재가 또박또박 냉담하게 말했다.
"날 좋아하는 게 잘못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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