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재의 눈빛이 아주 싸늘했다.
그 말을 듣자 강유나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어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다시는 진영재의 말에 끌려다니지 않을 줄 알았는데, 지금 이 순간 왜인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꽉 쥐었는데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아파 났다.
정다연을 위해 화풀이하는 건지, 아니면 그녀를 통해 멍청했던 자신의 과거를 보았는지 알 수 없었다.
한참 지나서 강유나는 입꼬리를 올리고 웃더니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했다. 자신이 10년 동안 낭비한 시간이, 진영재한테는 멍청이가 자아감동을 하는 시간이었고, 전혀 소중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쌤통이라는 말 뿐이었다.
쌤통이었다.
자존심 없이 계속 들이대는 똑똑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
진영재는 마음이라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강유나는 눈가가 촉촉해져서 코를 훌쩍이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네 말이 맞아."
진영재는 강유나를 빤히 바라보았는데 갑자기 이유 모를 화가 차올랐다.
"꼭 그렇게 제멋대로 생각해야 해?"
그는 입을 뻥긋거리더니 한마디를 보탰다.
"우리가 이미 헤어졌다는 거 명심해."
성문걸은 한참이나 구경했는데, 지금은 분위이가 이상한 것 같아,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는데, 다들 침묵하는 걸 보고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먼저 어색함을 깨려고 했다.
그가 한발 다가가 손을 비비면서 말했다.
"저기..."
강유나는 웃음을 짓더니 해탈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제멋대로 생각한 거 아니야, 확실히 우리가 주제를 몰랐어."
"우리"라는 말에 진영재는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귀찮다는 듯 고개를 돌렸는데 강유나가 수심이 깊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강유나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진 선생님, 걱정 마시죠."
이게 호칭까지 고치고는 거리를 두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 누구보다도 우리 사이가 끝났다는 걸 잘 알아요, 그러니까, 말조심해서 해주시죠."
그러고는 단호하게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
"유나 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우리라니요, 그게 다 무슨 말이에요?"
성문걸은 그녀가 가자 "습"하고는 본능적으로 쫓아가려고 했다.
"유나 씨, 잠시만요,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아직도 덜 복잡한 것 같아?"
싸늘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성문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는데 어두운 밤 속에서 진영재의 얼굴이 완전히 어두워진 걸 보았다. 그는 강유나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는데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성문걸은 진영재가 잘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같은 남자였기에 통하는 구석이 있어, 손을 젓고는 강유나가 있는 곳을 향해 경례를 하며 말했다.
"나중에 얘기해요, 유나 씨."
진영재는 그가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걸 보고는 콧방귀를 뀌었다.
"정말 뻔뻔하네."
성문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고 호주머니에서 방 카드를 꺼내 진영재의 손에 건네며 말했다.
"2층 왼쪽에 있어, 위에 방번호가 있으니까 바로 들어가면 돼."
그는 멈칫했고 뭔가 떠오른 듯 진지하게 말을 고쳤다.
"그리고 여긴 사람이 많으니까, 더는 성 형사라고 부르지 마, 어쩌면 들통날 수도 있어."
진영재도 당연히 중요한 사안이라는 걸 알았다. 그는 낙서가 가득한 방 카드를 보며 생각에 잠기더니 떠나기 전에 잊지 않고 눈썹을 씰룩거리며 답했다.
"알겠어."
성문걸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아."
그러나.
"성 형사, 잘 자."
그러고는 득의양양해하며 떠나갔다.
성문걸은 깜짝 놀랐다. 다행히도 주위에 사람이 없었고 그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미친 거 아니야?"
그러나 진영재는 그한테 대꾸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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