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일은 어쩌면 진수혁이 건넨 일종의 경고였을지도 모른다.
서지수가 그렇게 말하자, 신재호는 입까지 올랐던 말을 삼키고 한마디만 남겼다.
“필요하면 불러. 언제든 달려갈게.”
서지수는 알겠다고 답했다.
회사에 도착한 뒤 그녀는 온전히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팀장인 백여진이 업무 이야기를 마친 뒤 조심스레 물었다.
“어젯밤 식사 자리에서 그 사람들이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죠?”
“아니에요, 전혀요.”
서지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네, 팀장님.”
하루 종일 진수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지수는 오전 내내 혹시 그가 무슨 수를 쓰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지만, 오후가 되도록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자 겨우 안심하고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퇴근이 가까워질 무렵, 부서 단체 채팅방에 갑자기 공지가 올라왔다. 부장 단서원이 보낸 것이었다.
[저 앞으로 두 달 동안 출장 갑니다. 그동안 여러분의 모든 업무는 직접 진 대표님께 보고해 주세요. 저를 거칠 필요 없습니다.]
직원들은 일제히 체크를 찍었다.
하지만 서지수는 그 순간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백여진이 그녀의 반응을 알아채고 달랬다.
“우리 팀 일은 제가 취합해서 진 대표님께 올릴게요. 끝나면 저한테 주면 됩니다.”
서지수가 알겠다고 답하려는 찰나 채팅방에 단서원이 다시 글을 올렸다.
[다시 강조합니다. 모든 분이 직접 진 대표님께 보고합니다. 저도, 각 팀장도 거치지 마세요.]
부서 전체가 순식간에 뒤집혔다.
대부분 다른 프로젝트에서 넘어온 직원인 터라 각 팀장의 성향은 잘 아는데 갑자기 단독 보고라니 미칠 노릇이었다.
백여진과 서지수는 침묵에 잠겼다.
그녀는 답장을 보내 캐묻지 않았다. 자신이 기억을 잃었다는 걸 드러내면, 그가 말을 바꿔도 반박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잡은 서지수는 다시 업무에 몰두했다.
같은 시각, 고준석이 운영하는 고급 술집.
서승준은 며칠째 연속으로 컵만 씻고 있었다. 한때 회사 사장이었던 사람이 여기서 컵을 닦고 있으려니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분을 삭인 그는 바 매니저에게 다가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빛이 살벌했지만 매니저를 보자마자 굽신거리는 웃음이 얼굴에 떠올랐다.
“조 매니저님, 저 이틀만 쉴 수 있을까요? 계약서에 주 5일 근무, 주 2일 휴무라고 적혀 있던데, 저 벌써 여섯 날째 일했거든요.”
“그래요, 다녀와요.”
조 매니저는 그를 일반 직원처럼 대하라는 말이 생각나 막지 않았다.
서승준은 감사 인사를 건네고 바를 나섰다.
문을 나서는 순간 그의 눈빛에는 다시 독기가 가득했다.
‘죽일 년,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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