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혁이 멈칫했다.
“누구?”
“소채윤 씨의 아버지래.”
소유리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했다.
“소태섭 대표 말이야.”
진수혁은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했다.
소유리는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말을 이어 나갔다.
“엄마가 그러셨어.”
진수혁은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을 뿐 곧 담담해졌다.
“그 사람은 네 존재를 알아?”
“몰라.”
소유리는 망설이다가 전부 털어놨다.
“엄마가 임신했다는 걸 알자마자, 그 사람이 지우라고 큰돈을 주셨대. 엄마는... 그래도 한 생명인데 아깝다며 몰래 나를 낳았어.”
하지만 사실은 생명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2억이라는 돈을 받고 나서 아이가 언젠가 자신의 발판이 될 거라는 생각에 출산을 결심하게 된 것이었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소태섭은 이런 일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가 알게 된다면 결과는 끔찍했을 것이다.
이미 아이를 낳은 뒤였으니 결국 비밀로 묻어 두었다.
“그래서 만나 보고 싶어?”
진수혁이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가능할까?”
소유리가 고개를 들었다.
“이따가 강 비서 불러서 친자 검사 진행할게. 결과 나오면 같이 가 보자.”
“지수 쪽은 괜찮을까?”
소유리는 망설였다.
“소채윤 씨는 지수랑 절친인데, 내가 갑자기 소씨 집안에 나타나면...”
“신경 쓰지 마.”
진수혁은 시큰둥했다.
서지수는 육도훈의 집을 나선 뒤 서수민이 있는 병원에 들렀다가 늦은 오후에 돌아왔다. 집에 오니 소채윤이 베란다 의자에 앉아 어두운 얼굴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가방을 내려놓은 서지수가 다가가 물었다.
“별일 아니야.”
소채윤은 시선도 돌리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
‘둘 다 아는 사람?’
소채윤은 한숨을 내쉬며 머릿속 인물들을 죄다 훑어봤지만 떠오르는 얼굴이 없었다.
“아저씨는 벌써 그 애랑 만난 거야?”
서지수는 가슴속에 스멀거리던 예상이 점점 또렷해졌다.
“아니, 아빠 말로는 내연녀 쪽에서 애가 있다고 연락했대.”
소채윤도 소태섭에게서 들은 내용만 알고 있었다. 소태섭이 다 말하지 않은 건 분명했지만 말이다.
“며칠 안에 그 애가 직접 찾아와서 친자 확인하겠다고 했대.”
서지수는 입술을 떼다 말았다.
소채윤이 시선을 돌리지도 않은 채 툭 던졌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그 사람...”
서지수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름이 묘한 불편함을 끌어올렸다.
“혹시 소유리... 아닐까?”
소채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홱 돌렸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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