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그래서 기회 하나 만들어서 일 좀 벌여 보겠다는 거지?”
고준석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진수혁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모든 걸 말해 줬다.
고준석은 말려 볼까 했지만, 그가 자라온 환경을 떠올리자 뭐라고 해도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서지수를 마음고생시키려는 모양인데, 그 대가는 십중팔구 그가 치르게 될 터였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체념했다. 그도 한 번쯤 대차게 후회해 봐야 정신 차릴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내가 뭘 도와주면 돼?”
고준석은 속으로 서지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물었다.
“예전에 내 눈치 보느라 지수를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던 사람들 좀 초대해 줘.”
진수혁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담담했다.
“오기 싫다고 하면 내가 부른 거라고 전해.”
원래 회사 연회는 사내 행사지만, 임원 친구 몇 명쯤 끼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고준석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알겠어.”
“고마워.”
진수혁도 그가 동의해 준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친구끼리 무슨.”
고준석은 예전처럼 느긋하게 웃었다.
“대신 난 그 연회 안 가. 네가 선만 잘 지켜. 너무 못되게 굴지 말고.”
“응.”
진수혁은 짧게 대꾸했다.
일 이야기가 끝나자 두 사람은 잡담을 조금 더 나누다 새벽녘이 돼서야 집으로 흩어졌다.
집에 돌아온 진수혁은 강현서에게 전화를 걸어 주의할 점만 간단히 지시했다.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왜요?”
“지수 씨는 특기 없어요? 노래, 댄스, 악기, 콩트 뭐든. 우리는 완전 꽝이라.”
평소 노래방이라면 망치든 살리든 상관없지만, 10주년 무대에서 망하면 수천 명 앞에서 망신이다.
서지수가 거절하려는 찰나 누군가 말했다.
“내가 하나라도 했으면 매년 상금 400만 원은 내 거였어!”
“말은 누가 못해. 1등은커녕 순위나 들겠어?”
“네가 내 실력 몰라서 그래. 할 줄만 알면 1등은 떼놓은 당상인데!”
“상금이 있다고요?”
서지수가 불쑥 물었다. 아까 공지에는 그런 얘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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