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상했어?”
진수혁이 소유리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챘다.
소유리는 잠시 말이 없었다. 진수혁이 예전에 서지수만 건드리지 않으면 그녀의 모든 걸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니, 혹시 질투하는 자신까지도 받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수혁은 그녀에게서 손을 슬쩍 빼내 흩어진 앞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
“왜 말이 없어?”
소유리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속상하다고 하면 수혁 씨 기분 나빠할까 봐. 지수도 하늘이랑 같이 있어야 하는 거 이해해. 근데...”
“그런데 네 소유욕이 발동해서 내가 안 가기를 바라는 거잖아. 맞지?”
진수혁은 단숨에 그녀의 속내를 꿰뚫었다.
소유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맞아.”
진수혁은 한동안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수혁 씨는 내가 제일 소중하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자꾸 나를 뒤로 밀고 있어. 그러면 나도 상처받아.”
“유리야.”
진수혁이 목소리를 단단히 눌렀다. 단호한 어조에 소유리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네가 누구보다 잘 알 거야.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의 한마디에 소유리의 몸이 굳고, 숨이 멎었다.
“네 몸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이런 얘기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너 너무 깊이 빠졌어.”
“아니야...”
소유리는 다급해졌다.
진수혁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소유리는 그의 뜻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에게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는 환상은 처음부터 어리석었다. 이 남자는 애초에 마음이 없는 사람이다.
“빨리 쉬어.”
진수혁은 그녀가 더 말이 없자 이해한 걸로 넘겼다.
“내일 친구들이랑 놀다 와. 비용은 내가 낼게.”
“알았어.”
그가 떠난 뒤 소유리는 처음으로 잘 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숨을 돌리다가야 비로소 깨달았다.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내세워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자신을 조금이라도 편애해 달라고, 기분 상하는 말은 하지 말아 달라고 했던 요구가 얼마나 우스웠는지.
예그에게 은근히 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신호를 보냈을 때 그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을 제대로 회복하는 거라는 한마디로 이미 경계를 그어 두었다. 그럼에도 그 뒤로 그녀가 무슨 질문을 던져도 그는 늘 기대하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그때는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자신이 그의 마음속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리라 믿었지만, 이제야 알았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그가 다정하고 관대하게 품어 준다 해도, 그의 가슴속 어디에도 자신이 설 자리는 끝끝내 없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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