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수는 소채윤에게 소유리가 이원 게임에서 비서로 일한다는 사실도, 이번 단합대회에 소유리가 진수혁과 함께 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꺼내지 않았다.
이미 소채윤이 신경 써야 할 일은 충분했기에 굳이 걱정을 보태고 싶지 않았다.
서지수와 소채윤이 통화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깊은 밤.
서지수는 아르바이트용 일러스트를 한 장 더 그린 뒤 잠자리에 들려 했지만, 그때 진수혁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내일 아침 하늘이 데리러 갈게.]
[월요일에 온다며?]
[내일 어린이날이야.]
서지수의 손끝이 잠시 멈췄다.
그녀 역시 내일이 어린이날임을 알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오전 무용 수업을 마친 뒤 집을 꾸미고, 진하늘을 위한 케이크를 구운 뒤, 오후 무술 수업을 끝내고 돌아올 때 깜짝 파티를 열어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수혁은 진하늘이 생일 소원으로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려는 눈치였다.
[하늘이 무술 수업은 내가 휴강시켰어. 네 무용 수업은?]
서지수는 오후는 어떠냐고 물어보려다 말고 그가 상의도 없이 모든 걸 결정해 온 지난날을 떠올렸다. 괜히 물어봤자 아이를 안 챙긴다는 말과 양육권을 들먹이는 협박만 돌아올 것이 뻔했다.
잠시 고민한 끝에 서지수는 육도훈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저도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는 중이었어요.”
육도훈이 곧장 받았다.
“제가 이번 주 어린이날이라는 걸 깜빡했더라고요. 안 그래도 아영이랑 놀러 가기로 한 약속이 있어서 내일을 어려울 것 같아요.”
서지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육도훈이 물었다.
“일요일은 시간 괜찮나요? 가능하면 오전으로요.”
“네, 괜찮아요.”
“하늘이 혼자 있으면 데리고 와도 괜찮아요.”
서지수는 고맙다며 통화를 마쳤다.
한편 진수혁은 서지수에게서 답이 없자 희고 길쭉한 손가락으로 화면을 훑으며 어둠보다 깊은 눈빛으로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혁 씨, 내일 나랑 놀러 갈까?”
소유리는 옷을 갈아입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마침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진수혁이 화면을 보니 서지수에게서 온 한 글자였다.
[응.]
소유리는 그 화면을 슬쩍 훔쳐봤다.
질투심이 안 생겼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늘 진수혁을 온전히 차지하고 싶었지만, 그가 워낙 똑똑해서 무리수를 두면 죄다 들켜 버린다. 그래서 지금은 함부로 구는 것도 겁이 났다.
“지수도 같이 가?”
소유리는 표정을 가라앉히며 물었다.
“하늘이 엄마잖아. 하늘이한테 중요한 날에는 꼭 있어야 해.”
진수혁은 숨김없이 말했다.
소유리는 고개를 떨궜다.
또 이런 식이다. 반박하려 들면 괜한 생트집이 되고, 괜히 심하게 굴었다가는 그녀가 저지른 짓이라는 걸 들킬까 봐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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