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혁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미동도 없었다.
서지수는 그가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자, 금세 쏟아낼 것 같던 말을 삼키고 옆에 놓여 있던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세상과 단절되어야만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았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 23시 59분.
손목 초시계의 초침이 다시 12를 가리키는 순간, 진수혁은 휴대폰과 차 키를 집어 들고 일어났다.
방문이 쿵 하고 닫히고서야 서지수가 흘끗 시계를 보았다.
00:00:09.
그녀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돌려 일러스트 작업을 이어 갔다.
푸른 별장 아래 주차장.
“강 비서.”
진수혁이 차 옆에서 기다리던 강현서에게 키를 던졌다. 그는 뒷좌석에 몸을 기댄 채 짧게 물었다.
“어때?”
“대표님 예상대로입니다. 사고는 소유리 씨가 꾸민 일이었습니다.”
강현서는 공손히 대답하며 운전석에 앉았다
“대표님이 푸른 별장을 나가신 뒤부터 소유리 씨가 계속 뒤를 밟았습니다. 서지수 씨와 진하늘 군이 놀이공원에 들어가신 걸 확인하고서야 떨어졌고, 이후 따로 움직였습니다.”
차 안 온도가 뚝 떨어졌다. 진수혁도 소유리가 계산적인 건 알았지만 제 몸까지 걸 줄은 몰랐다.
“사고 전부터 충돌 순간까지 담긴 영상입니다.”
강현서가 업무용 휴대폰을 건넸다.
영상 속 소유리는 교통량이 많은 도로를 바라보다 갑자기 차도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곧이어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화면이 크게 흔들렸다.
이미 지친 탓에 깊게 패었던 진수혁의 미간은 더 심하게 찡그려졌다.
“병원으로 가.”
낯선 번호에 서지수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벨이 다섯 번쯤 울린 뒤 받았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서지수! 네가 얼마나 뻔뻔한지 알아? 내가 이런 꼴인데도 아직 진수혁 붙들고 있어?”
고통과 격한 감정이 뒤섞인 소유리는 악을 질렀다.
서지수는 휴대폰 화면을 멀찌감치 들어 확인했다. 아무래도 소유리의 다른 번호인 듯했다.
소유리의 폭언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너 양심은 있...”
뚝.
서지수는 주저 없이 전화를 끊었다. 화조차 낭비하기 아깝다고 느꼈다.
소유리는 이를 악물었다. 마취가 덜 풀려 온몸이 쑤시는 데다 분노가 치솟아 도저히 가라앉지 않았다. 다시 서지수의 번호를 눌렀으나, 이번에도 전에 쓰던 번호처럼 통화 연결이 안 된다는 기계음만 반복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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