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고준석은 시원스레 수락한 뒤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덧붙였다.
“영상 몰래 켜서 실시간으로 보여 줄까?”
돌아온 건 진수혁이 전화를 끊는 뚝 소리였다.
고준석은 혀를 차면서도 곧바로 일을 지시했다.
바 안에서.
서승준은 작업복을 입고 허리를 숙여 잔을 닦고 있었다. 한껏 구겨진 표정 위로 불만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서지수는 복잡한 감정 속에서도 동정까지 하지는 않았다.
“서승준 씨, 찾는 사람 있어요.”
바 매니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서승준의 눈에 한 줄기 살기가 번쩍했으나, 고개를 든 순간에는 이미 평정을 되찾았다.
“누군데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가에 서 있는 서지수와 신재호가 보였다. 그의 손길이 잠시 멎었다.
“여기는 작업 구역이라 대화는 옆방에서 해 주세요.”
바 매니저는 미리 도청 장치를 심어 둔 방을 가리켰다.
“빈방이라 아무도 없습니다.”
“네.”
서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셋은 나란히 옆방으로 이동했다.
서승준은 앞치마를 벗어 휙 던지고, 찌푸린 미간으로 신재호를 훑어본 뒤 서지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내일 오라고 했잖아. 왜 오늘 왔어?”
“물어볼 게 있어서요.”
서지수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서승준은 코웃음을 치며 낮게 씩씩거렸다.
“대답하고 싶지는 않군.”
서지수는 묵묵히 그를 노려보았다.
문가에 기대선 신재호는 팔짱을 낀 채 상황을 관찰했다.
“어릴 때부터 너를 먹여 살리느라 돈이 얼마나 들었는데, 삼촌들 앞에서 술잔 몇 번 드는 게 그렇게 힘드냐?”
서승준은 적반하장으로 소리쳤다.
“잊지 마, 너랑 네 엄마는 내 돈으로 살았어.”
서지수는 허지영에게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단호히 맞섰다.
“정말요? 전에는 엄마가 도와준 덕분에 창업할 수 있었다면서요?”
“그건 네 엄마 자존심 세워 주려고 한 소리였지.”
서승준은 즉시 부정했다.
“그 여자가 한 건 입바른 말 한두 마디뿐이야. 그 외에 무슨 대단한 재주라도 있는 줄 알아?”
서지수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3살 이전은 기억나지 않지만, 회사가 무너지기 전까진 아빠 입에서 엄마가 대단하다는 말을 셀 수 없이 들었다. 그런데 몇 년 새 왜 이렇게까지 달라졌을까.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마.”
서승준은 턱을 당기며 여유를 부렸다.
“난 사실만 말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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