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 엄마가 깨어난 다음에도 똑같이 할 수 있어요?”
서지수의 눈빛이 한층 차가워졌다.
서승준은 잠시 시선을 피하다가 그건 자신답지 않다는 듯 다시 고개를 치켜세웠다.
“왜 못 해?”
서지수는 눈을 떼지 않았다. 그 시선에 서승준은 묘한 불안을 느꼈다.
“나 빨리 여기서 나갈 수 있게만 해 줘. 그러면 네가 묻는 건 전부 대답해 줄게.”
그는 이런 식으로 화제를 돌리려 했다.
“안 그러면 어느 날 기분 나쁠 때, 네가 배은망덕하다는 얘기를 세상에 퍼뜨릴 수도 있어.”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서지수가 단호히 맞받았다.
“제가 배은망덕하다는 소리가 더 많을지, 아빠가 엄마 등골 빼먹으며 빌붙어 살았다는 소리가 더 많을지 한번 보죠.”
그 말에 서승준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뭐라고?!”
“엄마가 아니었으면 해원 그룹은 애초에 없었잖아요.”
서지수는 허지영에게 들은 말을 시험 삼아 꺼냈다.
“저한테 쓴 돈도 결국 엄마가 회사를 세워 준 대가였던 거고요.”
신재호는 눈을 껌벅이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서승준의 시선도 서지수에게 박혔다.
‘얘가 어떻게 이 얘기를 알지?’
그와 서수민만의 약속을 아는 사람은 손에 꼽힌다. 서수민은 아이에게 절대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다.
“누가 말했어?”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서지수는 허지영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직감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왜 엄마는 아빠와 결혼했고, 왜 자식까지 엄마 몫의 돈으로 키워져야 했던 거냐는 의문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엄마 일에 대해 얼마나 알아요?”
서지수는 그의 눈빛과 태도를 읽고 이미 많은 것을 짐작했다.
“그리고 전에 우리를 버린 이유가 궁금하지 않냐는 말, 그게 무슨 뜻이죠?”
허지영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서지수는 아빠가 또 돈 핑계를 대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 말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숨어 있었다.
“그 얘기를 해 준 사람이, 끝까지 설명은 안 해 주던?”
서승준이 냉소를 흘렸다.
서지수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서승준의 눈동자에는 여러 감정이 요동쳤다.
순간 그는 모든 걸 폭로해 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녀는 정체불명의 아이고, 서수민은 미혼 임신으로 손쉽게 책임져 줄 남자를 찾은 여자라고.
하지만 그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입을 여는 순간, 자신도 밑바닥까지 파헤쳐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때 궁지에 몰리는 쪽은 바로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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