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혁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다섯 날 더 줄게. 그래도 실질적 성과 없으면 그때 불러.”
고준석은 속으로 안 줘도 된다고 중얼거렸다.
다섯 날은커녕 한 달을 줘도 돌파구가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근데 서수민 씨 혹시 대단한 집안 출신 아니야? 흔적을 이렇게 지운 걸 보면 평범한 집안은 아닐 텐데.”
그가 수다처럼 추측했다.
“일단 파 봐.”
진수혁은 결과도 없이 성급히 결론 내리지 않았다.
고준석은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진수혁은 대표이사실에서 녹음을 다시 틀어 놓은 채 생각에 잠겼다.
장모가 평범하지 않다는 건 확신했지만, 이름 있는 큰 집안 가운데 서씨 나 강씨 성을 쓰는 가문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주현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 화면을 확인한 주현민은 병실 안의 서지수와 신재호에게 잠시 통화 좀 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복도로 나왔다.
“대표님.”
“지난번 병원에 왔던 그 남자, 그 뒤로 또 나타났나요?”
“네, 대표님. 다시 왔습니다. 지난번과 똑같이 병실에 30분쯤 앉아 있다가 갔어요. 나중에 간호사들한테 보고를 들었습니다.”
진수혁은 미간을 좁혔다.
그는 컴퓨터로 CCTV 영상을 열어 화면 속 남자를 주시했다.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누구를 닮았지?’
“대표님?”
주현민이 조심스레 불렀다.
“그 병실 관리 강화해 주세요. 지수만 빼고 들어가려면 전부 등록부터 하도록 하고요.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나면 바로 저한테 연락하세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수고하세요.”
진수혁은 짧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주현민은 곧바로 직원 단체방에 지시를 올린 뒤 병실로 돌아갔다.
그 한마디가 서지수에게 큰 힘이 됐다.
주현민이 나간 뒤, 그녀는 다시 엄마 곁에 앉아 진하늘의 근황도 들려주고, 자신의 생활과 일 이야기도 나누고, 허지영의 얘기도 꺼냈다.
서지수가 애써 엄마를 깨우려 하는 모습을 보다가, 신재호는 순간 의대를 택하지 않은 옛날의 자신을 살짝 원망했다. 의사였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텐데 말이다.
그는 서지수 옆에 와서 가볍게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하지 마. 어쩌면 내일 바로 깨어날 수도 있으니까. 그때 하고 싶은 말 다 해.”
“응.”
서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면을 모니터로 서수민 상태를 확인하던 진수혁이 정확히 보고 있었다.
검은 눈동자가 신재호의 손이 서지수의 여린 어깨에 놓인 곳에 고정됐고, 순식간에 사무실 공기가 싸늘해졌다.
주저 없이 그는 휴대폰을 들어 번호를 눌렀다.
“신 대표님.”
신재호는 다가올 위험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서지수에게 농담을 건네며 기분을 풀어 주고 있었다.
웅웅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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