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수잖아."
진수혁의 얇은 입술을 움직이며 입을 열었다.
"그건 나도 알아."
“누구한테 고개 숙여 사과할 사람 아니야.”
서지수를 처음 알았을 때부터 그녀는 나약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강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었다.
‘주승우... 네까짓 게 감히 지수한테 사과를 강요해?’
"너 스스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 앞뒤가 안 맞잖아."
고준석은 그의 사랑관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괴롭히게 내버려둘 때는 언제고 막상 괴롭힘당하니까 또 싫어?”
진수혁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지수 씨한테서 완전히 손을 떼든지 아니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상관하지 말든지 둘 중 하나만 해.”
고준석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것도 싫으면 차라리 끝까지 지켜줘서 다른 사람들이 건드리지 못하게 하든가."
진수혁은 시선을 모니터 화면에 고정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손에 들린 휴대폰에는 이미 호텔 매니저의 전화번호가 떠 있었다.
자신의 말을 듣고 있지 않는 그의 모습에 고준석은 할 말을 잃었다.
그 시각 서지수는 진수혁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고 주승우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주시당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좋아요, 사과할게요."
서지수는 주승우와 시선을 마주쳤다,
“제가 실수로 주 대표님 열여덟 살 때의 일을 언급했거든요. 그래서...”
"닥쳐!"
주승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서지수의 말을 잘랐다.
그는 서지수가 그때의 일을 입 밖에 내는 게 두려운지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 해고해요."
주승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이런 사람은 회사를 다닐 자격이 없어요."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나석호는 두 사람의 대화에서 그들이 예전에 아는 사이였다는 걸 눈치챘다,
"저희 부서는 진 대표님 관할입니다. 퇴사나 해고는 모두 진 대표님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저녁때 행사 시작되면 다시 올게요."
나석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를 바깥까지 배웅한 후 돌아와서 서지수에게 말했다.
“그러게 왜 주 대표님의 심기를 건드렸어요. 앞으로 이런 무모한 행동은 조심해주세요.”
서지수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나석호의 성격상 온갖 트집을 잡으며 빈정대는 말로 꾸짖는 게 일상인데 오늘따라 차분하고 점잖게 굴고 있는 그가 이해되지 않았다.
"왜 멍하니 서 있어요, 얼른 저녁 행사 준비하러 올라가야지."
나석호가 그녀를 재촉했다,
"주 대표님이 저녁에 다시 오신다고 하신 거 못 들었어요?"
”네.”
서지수가 대답하고 떠나자 나석호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머리를 굴렸다.
‘주 대표님이 아가씨라고 부르는 걸 보면 분명히 예전부터 알던 사이란 말이지. 서지수 씨... 순진한 줄 알았는데 보통 사람이 아니네.’
그 시각 차에 탄 주승우는 호텔을 힐끗 쳐다보더니 휴대폰을 꺼내 채팅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확인 완료. 서지수는 진수혁의 보호를 받지 않고 있음. 마음 편히 괴롭혀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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