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야. 내가 왜 걱정해야 해?”
진민기는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들어 화면을 켜 보며 말했다.
“그냥 좀 피곤해서 지금 몇 시인가 봤을 뿐이야.”
진수혁의 시선 깊은 곳에 비웃음이 스쳤다.
좋아한다는 감정조차 정면으로 못 마주하는 인간이라니 참 딱하지 않은가?
“다시는 지수를 이용하지 마.”
그의 목소리는 낮고 또렷했다.
“안 그러면 나도 몇 사람쯤 끌어들이는 건 상관없어.”
그 한마디만 남기고 그는 고준석과 함께 조용히 병실을 떠났다. 무거운 뒷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진민기는 휴대폰을 들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눈빛에는 평소와 다른 서늘함이 스며 있었다.
주차장.
고준석이 운전석에 앉아 침묵을 끊었다.
“그 여자? 진민기한테 여자친구라도 있었어?”
진수혁은 얼마 전 우연히 들은 사실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정식 여자친구는 아니야.”
“정식이 아니라고?”
고준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소리야?”
“본인이 인정 안 했거든.”
“참, 너희 진씨 가문은 왜 이렇게 문제 많은 남자만 나오냐.”
고준석이 툭 내뱉었다.
“한 놈은 남 생각해서 자기 부인한테 이혼 꺼내고, 한 놈은 관계도 안 정하면서 질질 끌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 안의 공기가 급격히 싸늘해졌다.
슬쩍 옆을 보니 진수혁의 얼굴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이혼은 내가 먼저 꺼낸 적 없어. 지수가 계속 말했지.”
진하늘은 친절히 알려 줬다.
“엄마는 아빠가 우리 집 오는 걸 싫어해요.”
“위험한 일이 생긴 것 같아서 그래.”
진하늘은 넘어가지 않았다.
“엄마한테 제일 위험한 건 아빠예요.”
“...”
역시 친자식다운 답이다.
“아빠 내 입 빌려서 들어오려는 거잖아요.”
진하늘은 똑똑했다.
“그래야 엄마가 따져 물어도 할 말이 생기니까.”
진수혁은 말이 없었다.
‘요즘 애들 머리 다 이렇게 좋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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