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늦었어요. 지수 씨, 일찍 돌아가서 쉬어요.”
진민기가 문 쪽을 등진 채 진수혁이 온 줄도 모르고 부드럽게 말했다.
“신 비서한테 데려다주라고 할게요.”
“괜찮아요. 택시 타고 가면 돼요.”
서지수가 손사래를 쳤다.
진민기가 힘겹게 웃었다.
“이 늦은 시간에 택시는 위험하니까 신 비서가 데려다주면 저도 마음이 놓여요.”
다시 거절하려던 서지수는 고개를 들었다가 진수혁의 짙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는 말없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식구끼리 뭘 그렇게 사양해요.”
진민기가 웃었다.
“내일 다시 올게요.”
서지수가 작게 인사한 뒤 가방을 챙겨 병실을 나섰다. 진수혁은 일부러 못 본 척 지나쳐 신주원과 함께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진수혁은 그녀의 뒷모습을 곁눈질로 잠시 바라봤다.
고준석이 작게 물었다.
“내가 가서 막을까?”
“됐어.”
진수혁은 짧게 잘랐다.
“수혁이 왔구나.”
침대에 누운 진민기가 창백한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네가 병문안 온 건 십몇 년 만이지?”
진수혁이 침대 곁으로 다가와 차가운 눈길을 내렸다.
“사람 다 나갔는데 연극은 그만하지?”
진민기는 눈썹을 찌푸리며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응?”
“제이 그룹의 실권자가 왜 형이 아닌 나인지 알아?”
진수혁이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하수구에 사는 쥐는 무대 위에 오를 수 없거든.”
“역시 진 대표님답네.”
진민기가 비꼬듯 웃었다.
“말발이 대단해.”
“오늘 일 형이 꾸민 거 다 알아.”
진수혁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랑 지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속셈도 읽혔고. 근데 잊지 마. 적을 천 번 베면 형 몸도 팔백은 다친다는 걸.”
“온몸에 상처를 달고 돌아갔다고 하던데?”
진민기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지만 금세 표정을 지웠다.
그 미세한 변화를 진수혁은 놓치지 않았다.
“보디가드를 붙여 놨으니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진민기가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진지하게 그를 바라봤다.
이건 극비로 진행한 일이었고, 늘 옆에 붙어 다니는 육도훈조차 모른다.
‘진수혁이 도대체 어떻게 알았지?’
“형이 지키면 해코지할 사람 없을 것 같아?”
진수혁은 느릿하게 말했다.
“시간상 지금쯤이면 두 번째 골칫거리를 겪고 있을 거야.”
진민기는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찾았다.
그 모습 역시 진수혁의 시야를 벗어나지 않았다.
“걱정돼?”
그 순간 진민기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심장이 서서히 바닥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진수혁이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깊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사태 속에서도 이토록 날카로운 통찰을 유지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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