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혁은 말을 끝내자마자 전화를 끊어 버렸다. 소유리가 다시 입 열 틈조차 없었다.
쾅!
이미 금이 가 있던 휴대폰이 또 한 번 벽에 부딪혀 액정이 본체에서 아예 분리됐다.
문밖에 서 있던 경호원들은 곁눈질만 하고 들어오지 않았다.
병실의 답답한 공기와 달리, 서지수와 소채윤이 탄 차 안은 분위기가 훨씬 가벼웠다.
“진료 좀 본 거로 왜 그렇게 겁먹었지?”
조수석에서 서지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임신, 유산, 낙태 정도라면 진수혁 성격에 신경도 안 쓸 텐데.”
“아직 정확한 건 못 찾았어.”
소채윤이 털어놨다.
“그런데도 바로 허락했어?”
“내가 입 다문다고 세상 사람들까지 입을 닫아 주는 건 아니거든.”
소채윤이 시동을 걸며 씩 웃었다.
“오기 전에 재호한테 전부 넘겼어.”
“역시 내 친구.”
서지수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소채윤은 의미심장하게 이어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말끝을 길게 늘이며 고개를 돌렸다.
“계약서에 사인 찍힌 것도 아닌데 말로만 한 약속? 그건 약속이 아니야. 소유리는 사회 맛을 너무 몰라.”
서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듣기 좋은 약속이라고 해도 종이에 못 박히지 않으면 다 헛소리라는 걸 잘 알았다.
“너 대학 때 소유리랑 같은 기숙사였다며. 병원 다닌 얘기 들어본 적 있어?”
“아니. 한 번도.”
서지수가 잠시 떠올려 봤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런 소문 없었어.”
“뭐, 확실한 건 소유리가 진수혁한테 이 사실 들키기 싫어한다는 거야. 재호가 캐오면 그때 다시 고민해.”
진수혁 눈이 가늘게 얇아졌다.
“네 알 바 아니야.”
고준석도 기침하며 거들었다.
“입 닫고 일이나 해.”
연청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알겠다.”
두 남자의 얼굴에는 물음표가 떴다.
“둘이 이혼 얘기하는 중이지?”
연청이 태연히 폭탄을 던졌다.
“드디어 서지수가 네 정체 파악했구나. 그럼 이제 내 품으로 오는 건가.”
“...”
“...”
연청을 평생 귀국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입이 웬만한 남자보다도 훨씬 거친 여자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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