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리는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왔다.
“너는?”
진수혁은 끝없이 선을 시험당하는 걸 싫어했다.
“처음에 정했던 세 가지 약속, 기억해?”
소유리는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다른 방법을 택했다.
“미안해... 내가 깊이 생각하지 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편애는 여기서 끝이야.”
진수혁이 단호하게 잘랐다.
“앞으로 우리 사이는 은인과 은혜 갚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소유리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뭐라고?”
“난 진수혁일 뿐, 네 남자친구도, 남편도 아니야.”
그는 예전의 약속 때문에 간섭하지 않았던 사실을 덧붙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거리 좀 두자, 소유리 씨.”
“왜!”
소유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날 밤 내가 너를 불렀다는 이유 하나로?”
“그래.”
감정이 터져 나온 소유리는 마음속에 숨겨 둔 말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마음속 깊이만 품어 두었던 것들이 지금 이 순간 전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가 이 말들에 기분이 상하든, 자신을 미워하든 고민하지 않았다. 잡아 두지 못하면 완전히 잃어버릴 테니까.
은인 관계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액의 돈?
근심 걱정 없는 호화로운 삶?
“그게 걱정이라면 애초에 지수 앞에서 우리 관계를 그따위로 드러내지도 않았을 거야.”
진수혁의 말투는 담담했다.
소유리는 반박하려다 말았다. 돌이켜 보니, 그는 처음부터 숨긴 적이 없었다. 서지수 앞에서 노골적으로 자신을 챙기고 사과까지 강요했으니 말이다.
“몸부터 추슬러.”
진수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널 돌보겠다는 약속은 여전히 유효해. 생활비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강 비서한테 연락해.”
“잠깐만.”
소유리의 눈에 번뜩임이 스쳤다.
진수혁이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소유리는 억눌린 광기를 숨기며 잔잔해 보이는 눈으로 그를 마주했다.
“만약 이 은혜 네 목숨으로 갚으라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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