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좀 받을게.”
그는 연청을 한 번 바라본 뒤, 짧게 말하며 창가 쪽으로 걸어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부드러웠다.
“무슨 일이야?”
“어제 말한 거, 아직 답을 안 해줬잖아.”
서지수는 감정을 최대한 눌러 차분하게 말했다. 이 타이밍에 쓸데없는 다툼은 피하고 싶었다.
“이혼 말이지?”
“응.”
“목요일은 안 돼.”
진수혁은 거짓 없이 사실만을 말했다.
제이 그룹의 대표이자 이원 게임의 사장까지 겸하고 있는 그는 하루하루가 촘촘히 업무로 채워져 있었다.
그처럼 여러 역할이 얽힌 사람에게 여유라는 건 ‘일부러’ 만들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 법이었다.
“그럼 언제쯤 괜찮아?”
서지수는 그의 바쁜 일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시간을 피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날짜를 정해 줘야 나도 휴가를 낼 수 있어.”
“월요일에 사무실로 와. 강 비서가 일정 보내줄 테니까 보고 조율하자.”
진수혁은 여느 때처럼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서지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와 이원에서 단둘이 마주하고 싶진 않았다. 그곳은 사람들의 시선과 소문이 지나치게 많았다.
“싫다면 강 비서가 일정을 조정해서 다시 알려줄 거야.”
진수혁은 다른 대안도 제시했다.
서지수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내일 사무실로 갈게.”
강현서가 일정을 조정해 줄 때까지 기다리는 건 시간 낭비였다. 자신이 직접 움직이는 게 훨씬 빠르다.
“그래.”
진수혁은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바로 강현서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스케줄을 최대한 꽉 채워달라고 지시했다.
월요일.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아침 회의는 늘 그랬듯 정시에 시작돼 약 30분 정도 이어졌다.
“회의 끝.”
그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각자 노트북과 자료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지수는 일부러 천천히 짐을 챙겼다.
살짝 시선을 들어 진수혁 쪽을 바라보며 혹시 그가 업무를 핑계로 자신을 붙잡아주길 바랐다.
여긴 회의실이니 설령 소문이 돌더라도 심각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짐을 다 챙겨 회의실을 나가려 할 때까지 진수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건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회의나 프로젝트가 어떤 건진 잘 몰라.”
그녀는 공을 다시 그에게 넘겼다.
“이번 주 안이나 다음 주까지만 되면 돼.”
더 이상 미루는 건 자신에게 불리했다.
만약 정말로 신재호 말처럼 그가 마음을 바꾼다면 그땐 정말 돌이킬 수 없다.
“그렇게까지 이혼하고 싶은 거야?”
진수혁이 결국 물었다.
“응.”
서지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미련은 조금도 없어?”
“없어.”
그녀는 망설임 없이 잘라 말했다.
하지만 사실은 미련이 없을 리 없었다.
결혼 생활 5년.
그가 보여줬던 세심한 배려와 진심어린 관심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선은 절대 넘어설 수 없었고 어떤 일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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