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수가 고개를 돌려보니 깔끔한 정장 차림을 한 고준석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고준석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다가왔다.
“보디가드가 뭘 잘 몰라서 그런 거예요. 내가 대신 사과할 테니까 이해해 주세요.”
고준석이 의자에 앉고는 커피잔을 꺼내면서 말했다.
“이쪽으로 앉아서 천천히 얘기를 나눠요.”
“아니요. 반지를 팔지 않을 생각이에요.”
서지수는 신호가 없는 휴대폰을 쳐다보면서 어떻게 도망칠지 생각하고 있었다.
“서지수 씨,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그래요?”
고준석이 커피를 타 주면서 말했다.
“내가 늦게 도착해서 기분이 상했어요? 보디가드 때문에 마음이 변한 거라면 사죄할게요.”
서지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 게 아니라 막상 가지고 와보니 아까워서 그래요.”
고준석은 커피잔을 매만지면서 차갑게 말했다.
“아, 그래요?”
“네.”
“서지수 씨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나 본데...”
고준석이 오만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일은 드물어요.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나도 홧김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고요.”
서지수가 주먹을 꽉 쥐었다. 고준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여유롭게 웃었다.
“얼마면 돼요?”
서지수는 고준석이 순순히 물러날 줄 알았다.
“백억이요.”
고준석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서지수 씨가 이렇게 당돌한 사람인지 몰랐어요. 40만 원으로 해요.”
고준석은 처음부터 반지를 사려고 했던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었다. 서지수가 휴대폰을 꽉 쥐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싫어요. 백억을 주지 않으면 팔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나도 어쩔 수가 없네요.”
고준석이 보디가드를 향해 눈짓했고 두 보디가드가 서지수 쪽으로 다가갔다.
서지수가 긴급 신고 버튼을 누르려고 했지만 보디가드가 휴대폰을 빼앗았고 서지수를 제압했다.
이번에 제대로 혼내지 않으면 다음엔 또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쯤에서 그만해. 잔뜩 겁먹은 것 같았어.”
고준석은 여자를 아끼는 성격이라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분명 후회할 거야.”
진수혁은 대꾸하지 않았다.
방금 전의 상황을 떠올리더니 어두운 눈빛으로 고준석의 손을 노려보았다.
고준석은 움찔하면서 말했다.
“그 눈빛은 또 뭐야?”
“방금 어느 손으로 지수를 건드렸어?”
진수혁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말 속엔 위협으로 가득 찼다.
고준석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내가 연기한 거 알면서 이러는 거야? 그런 것까지 따지려는 건 아니지?”
“그래. 네 말 대로 나는 단단히 미쳤어.”
진수혁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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