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네. 앞으로 이럴 거면 나한테 부탁하지 마. 나쁜 사람을 연기하는 것도 짜증 나는데 너한테 이런 취급당하는 건 더 짜증 나.”
진수혁이 혀를 끌끌 찼다.
“그래. 어차피 너한테 기대하지도 않았어.”
만약 진수혁과 친하지 않았다면 당장 뺨을 후려갈기고 내쫓을 것이다.
“얼른 네 부하들을 데리고 내려가.”
진수혁은 혼자 울먹이고 있을 서지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올라오지 못하게 해.”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었어. 별걱정을 다 하네.”
고준석이 입을 삐죽 내밀더니 말을 이었다.
“적당한 선에서 잘 정리해. 아까 보니까 겁먹은 것 같았단 말이야.”
진수혁이 째려보자 고준석이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
“네 마음대로 해.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 하겠어. 갈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고준석은 보디가드와 함께 회의실을 나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진수혁은 천천히 일어나서 서지수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서지수는 온몸을 덜덜 떨었고 입을 막고 있는 테이프 때문에 말할 수 없었다.
보디가드가 눈을 막아놓아서 앞이 보이지 않았기에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에 심장이 거칠게 뛰었고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진수혁은 겁에 질린 서지수를 보면서 마음 아팠지만 허락 없이 반지를 팔려고 했던 걸 생각하면 화가 솟구쳐 올랐다.
진수혁은 서지수의 얼굴을 어루만졌고 사냥감을 쳐다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읍!”
진수혁이 온몸을 묶고 있던 밧줄을 풀어주자 서지수는 정신이 들었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빨갛게 달아올랐던 얼굴은 천천히 회복되었고 온몸에 힘이 풀렸다.
진수혁은 서지수의 눈을 가린 수건을 벗기면서 굳은 표정을 하고는 차갑게 말했다.
“서지수, 이제야 정신이 좀 들어?”
서지수는 거만하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진수혁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랐다.
조금 전에 느꼈던 공포감의 상대가 진수혁이라는 생각에 화가 났다.
잔뜩 겁먹은 채 덜덜 떨면서 살려달라고 속으로 빌었지만 결국 진수혁의 장난질이었다. 서지수는 자신을 갖고 논 이 남자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이런 게 재밌어?”
서지수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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