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부리는 게 아니야.”
진수혁은 자신의 행동을 또렷이 자각하고 있었다.
“어떤 일은 누군가 해야 해. 난 그 사람들한테 약속은 지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거야.”
“그래서?”
연청이 되물었다.
“그 약속 하나 지키겠다고 네 가족을 통째로 망가뜨릴 거야?”
진수혁의 눈빛이 더 짙어졌다. 결국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넌 아무한테도 증명할 필요 없어. 약속 따위 신경 안 쓰는 놈들은 네가 해내도 융통성 없는 바보라고만 할 거야.”
연청은 속을 꿰뚫어 봤다.
“나도 이번에는 네가 틀렸다고 봐.”
고준석도 용기 내 덧붙였다.
“네 가정부터 챙기는 게 먼저지.”
진수혁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말하는 게 그렇게 좋으면 직업을 바꿔.”
“...”
연청은 혀를 찼다.
진수혁은 잔을 들이켜고 일어섰다.
“볼일 있어서 간다. 남은 건 내 이름으로 계산해.”
진수혁이 휴대폰과 재킷을 챙겨 나갔다.
고준석은 진수혁이 사라지는 걸 보다가 손에 든 잔을 매만지며 연청을 향해 말했다.
“너 더 말려볼 생각 없어?”
“소용없어.”
연청은 상황을 꿰뚫고 있었다.
“그 일로 받은 상처가 너무 커. 걔는 약속에 집착해.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들릴 거야.”
고준석의 얼굴에는 복잡한 표정이 스쳤다.
“근데 소유리가 정말 걔 어릴 때 목숨 살린 사람이 맞아? 난 그게 자꾸 걸려.”
“맞아.”
고준석은 전에 확인한 내용을 되짚었다.
“진민기가 여러 번 뒤졌거든. 소유리 몸에는 그때 생긴 흉터가 있고, 사건 당시에도 현장에 있었다고 해.”
연청은 대답하지 않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소유리의 이력을 샅샅이 뒤졌다.
‘저런 사람이 어린 나이에 강물에 빠진 아이를 구했을 리 없어.’
30분쯤 지나, 연청은 화면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자료상 문제는 인성 정도뿐이었다. 결국 시선이 서지수와 같은 대학교라는 항목에서 멈췄다.
곰곰이 생각하던 연청은 노트북을 덮고 바로 서지수를 찾아 나섰다.
한편, 서지수는 불청객을 상대 중이었다.
집 안 소파에 버티고 앉은 서승준을 보자 짜증이 치밀었다.
“무슨 일로 왔어요?”
내쫓으려고 해도 꼼짝하지 않고, 경찰 부르겠다고 해도 비웃기만 했다.
아무리 그래도 친아버지라 신고하기도 애매했다.
“속 싶은 얘기 좀 하려고.”
서승준은 억지로 다정한 체했다.
“회사 다니면서 네 엄마랑 하늘이 챙기느라 힘들잖아.”
서지수는 그의 말을 한 글자도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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