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중시한다더니 누가 알아? 진짜로 약속을 지키려는 건지, 아니면 밖에 사람 두는 스릴이 좋은 건지.”
소유리가 홱 내뱉었고 눈빛에 광기가 스쳤다.
첫 출근 날부터 이런 폭탄 발언을 들은 운전기사는 속으로 진땀이 났다.
진수혁은 미동도 없이 차분히 물었다.
“이제 가식은 끝난 건가?”
꽉 막힌 가슴이 터질 듯했던 소유리는 그가 어쩌면 늘 그렇게 냉정할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네가 다 까놓고 말했는데 더 연기해 봐야 무슨 소용이야.”
그녀는 완전히 기대를 접었다.
“입만 열면 서지수 사랑한다면서 그게 진짜 사랑이기는 해?”
진수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소유리는 그도 불편하게 만들고 싶었다.
“서지수가 이혼하자는데도 막는 게 그 사랑이야?”
“맞아.”
그의 답은 단호했다.
소유리는 코웃음 쳤다.
이게 사랑이라니,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진수혁은 알고 있었다. 이혼해도 서지수에게 일이 생기면 결국 자신이 나설 거라는 걸. 그런데 그때는 소유리까지 돌봐야 한다. 겉으로는 소유리가 서지수 자리를 빼앗고, 이혼한 서지수가 불륜녀가 된다.
서지수에게 그런 오명을 떠넘기는 일은 절대 있어서 안 된다.
차라리 약속을 지키며 곁에 붙들어 두는 편이 낫다. 그녀가 자신을 증오해도 놓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녀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삶 따위는 의미 없다.
“평생 나 책임지게 할 거야.”
소유리는 속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 의문은 고준석도 품고 있었다.
차 안 대화는 연청이 우연히 도청해 버렸다.
“소유리가 진짜 저렇게 나오면 너랑 서지수 앞날 암울하겠네.”
고준석이 옆자리에서 툭 내뱉었다.
“그때도 셋 다 힘들게 살 거야? 아니면 소유리가 우연히 사고라도 당하게 할 거야?”
“그건 예전에 진성규가 한 짓이랑 다를 게 없어.”
진수혁의 눈빛이 얼음장 같았다.
고준석과 연청이 눈을 맞췄다.
연청은 둘만큼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온몸에 느긋한 기운이 흘렀다.
“진성규가 살아 있었다면, 너한테 그렇게 빡빡하게 굴지 말라고 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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