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준은 망설임도 없이 거짓말을 이어 갔다.
“내가 그 집에서 네 엄마랑 한동안 같이 살았어. 아니었으면 그 집을 어떻게 알고, 네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까지 알겠냐?”
서지수는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서승준이 문을 열며 다그쳤다.
“얼른 가자.”
서지수가 손을 내밀었다.
“휴대폰부터 돌려주세요. 갑자기 끊겨서 이모가 걱정할 거예요.”
“네가 내 전화를 확 끊을 때는 내가 걱정할 거란 생각 안 했지?”
서승준은 뻔뻔하게 쏘아붙였다.
“...”
서지수는 말을 돌려 그의 시선을 흩트리려 했지만,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연청이 모습을 드러냈다. 짧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살짝 내려앉아 더없이 시원해 보였다.
연청은 그녀를 보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서승준도 반사적으로 그쪽을 돌아봤다.
“이 휴대폰 지수 씨 거 맞죠?”
연청은 자연스럽게 서승준 손에서 폰을 받아 두어 번 굴렸다.
“왜 아저씨가 들고 있어요?”
“내놔!”
서승준이 다급하게 손을 뻗었다.
휴대폰이 있어야 지수를 끌고 갈 수 있는데 다시 넘어가면 곤란했다.
연청은 몸을 비켜 손쉽게 피했고 휴대폰을 서지수 손에 쥐여 줬다.
“잘 챙겨요.”
서지수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고마워요.”
서승준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
“넌 누구야?”
“연청,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연청은 한 손으로 서지수의 어깨를 감싸며 느긋하게 웃었다.
“방금 내 행동이 마음에 안 들면 몸으로 얘기할까요?”
서승준은 기세가 꺾였지만 눈빛은 여전히 사나웠다.
‘또 어디서 이런 또라이를 데려왔대.’
“그만 가세요.”
서지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저 그 집 안 갑니다. 거기에는 아버지 물건 없어요.”
“안 가면 불 질러 버린다.”
서승준은 협박했다. 서지수가 휴대폰을 들고 있어 녹음할 틈이 없다고 판단했다.
“안에 있는 거 모두 태워 버릴 거야.”
허지영은 이것저것 다시 당부한 뒤에야 두 사람은 통화를 마쳤다.
서지수는 연청에게 물 한 잔을 건네며 방금 일을 또 한 번 고맙다고 했다.
“아까 정말 고마웠어요. 연청 씨 아니었으면 아빠한테 끌려 내려갔을 거예요.”
“별말씀을요.”
연청이 웃었다.
서지수가 먼저 물었다.
“오늘 무슨 일로 온 거예요? 저희 자주 보는 사이도 아닌데, 설마 쇼핑 메이트 해 달라는 건 아니겠죠?”
연청은 손가락을 깍지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물어볼 게 있어서요. 소유리를 조사하다 보니까 지수 씨랑 같은 학교더라고요. 소유리 얘기 좀 해 줄 수 있어요?”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지만, 서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와주기로 했다.
“뭐가 궁금해요?”
“소유리는 어떤 사람이에요?”
“적응력 하나는 인정해요.”
서지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핵심만 골랐다.
“원하기만 하면 어떤 환경이든 금세 스며드는 스타일이거든요.”
연청이 다시 물었다.
“수영은 잘해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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