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번호야."
남자는 황금박이 들어간 명함을 꺼내 서지수에게 건넸고 긴 손가락에는 세월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서지수는 받지 않았다.
’도대체 엄마랑 무슨 사이지?’
"나쁜 사람은 아니야."
남자는 여전히 연락처를 건네는 자세를 유지했고 눈에는 부드러움이 담겨 있었다.
"지영 이모는 그쪽이 엄마의 적이라고 했어요."
서지수는 이를 빌미로 그들의 관계를 떠보며 시선을 계속 그에게 고정시켰다.
"아무런 접촉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잘생긴 중년 남성은 그녀의 손에 명함을 건네주며 말했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해."
서지수는 고개를 숙여 명함을 내려다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 속에서 그녀는 명함을 곧장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중년 남성과 그의 비서는 할 말을 잃었다.
‘만약 서지수 씨가 정말로 대표님의 딸이라면... 아주 길고 험한 여정이 시작되겠네.’
"별일 없으시면 이만 나가주세요."
서지수는 어릴 적부터 자신에 잘해준 허지영과 서수민을 믿기로 선택했다.
"우리 엄마는 외부인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으세요. 앞으로 다시는 오지 마시길 바랍니다."
예상치 못한 거절에 남자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난 외부인이 아니야. 엄마의 오랜 친구라니까?"
"사이가 좋은 친구라면 20년 넘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을까요? "
서지수는 이런 일에 있어서 특히 이성적이었다.
남성은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서지수의 냉담하고 불편해하는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모두 삼켜버렸다.
"낯선 사람을 함부로 믿지 않는 걸 보니 네 엄마가 널 잘 키웠구나."
서지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연청에게 물었다.
"찾았어?"
연청은 머리를 비스듬히 기대고 있었다.
"저 사람의 정보는 스승님이 차단해 버렸어."
연청은 태연하게 말했다.
"지수 엄마의 정보를 알아내라고 강요하지 않을게."
진수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 사람의 기본 정보는 30분 내로 조사하고 알려줘."
연청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컴퓨터 키보드를 내리쳤다.
조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정체가 밝혀진 순간 진수혁은 분명히 이 단서를 따라 서수민이 그녀의 스승이라는 걸 알아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제자가 스승의 밥그릇을 깨는 꼴이 아닌가?
“어떤 정보를 얻게 되든 지수 엄마에 대해 조사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게.”
진수혁은 함정을 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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