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가 걱정되어서 와봤어.”
진수혁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가 훤칠한 그는 무언의 압박감을 주면서 서지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문 꼭 닫고 있어. 지금 바로 갈게.”
“빨리 오면 안 돼?”
이때 밖에서 또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지 그녀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악!”
그녀가 비명을 지를 때, 사실 서지수도 두려운 상태였다.
진수혁도 눈치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화기 너머에 겁먹은 척하는 소유리를 달랬고, 어느정도 안정을 취하자 그제야 전화를 끊었다.
진수혁은 떠나기 전 서지수의 긴장한 모습을 보며 무심코 말했다.
“무서우면 이어폰을 껴.”
“신경 쓸 필요 없어.”
서지수는 애써 무섭지 않은 척하며 말했다.
“너의 사모님이나 만나러 가. 여기서 나를 방해하지나 말고.”
이때 또 천둥·번개가 쳤지만 서지수는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진수혁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물지 않고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집에서 나갔다. 1층에 도착해서 차에 올라탔을 때, 하늘을 가로지르는 번개가 번쩍거렸다.
진수혁은 본능적으로 서지수가 있는 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채윤 씨한테 아무 핑계나 대서 오늘 저녁 지수랑 함께 있게 해.”
“채윤 씨는 대표님께서 소씨 가문에 말을 전한 후에 부모님께 속아 해외로 나갔어요.”
운전석에 앉아있던 강현서가 진지하게 답했다.
“오늘 저녁은 아마 오지 못할 것 같아요.”
진수혁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고민 끝에 문자를 보냈다.
[엄마가 천둥·번개를 무서워해서 이따 엄마랑 같이 자.]
하늘이는 메시지를 보고도 답장하지 않았다.
하늘이는 아빠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건 상관없었지만 아빠가 다른 사람을 위해 엄마를 버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설령 아빠한테 매우 중요한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푸른 별장으로 가.”
진수혁은 하늘이가 시키는 대로 잘할 거로 생각하고 더 이상 문자로 재촉하지 않았다.
“옆에 누워서 나를 안아주면 안 돼?”
소유리는 그의 손을 잡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안아주면 그렇게 무섭지 않을 것 같아.”
그가 옆에 눕기만 한다면 어떻게든 내 남자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진수혁은 아무 말 없이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면서 옆에 앉아있기만 했다.
“나랑 신체 접촉하는 게 싫어?”
소유리는 그가 일부러 차갑게 대한다는 것을 느끼고 말았다.
“전에도 스킨십을 거부하더니 지금도 나랑 같이 자기 싫어하잖아.”
“일단 회복에나 집중해. 다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진수혁의 목소리는 변함없이 덤덤했다.
“내 말 들어.”
소유리는 그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고 잠을 청해보았다.
‘어차피 서지수가 쫓겨났는데 언젠가 내가 수혁 씨 옆자리를 차지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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