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좋은 구경이라도 했으면 기분이 좋았을 텐데 건드리지 말아야 할 폭탄을 건드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친구끼리 오랜만에 만나서 하는 단순한 포옹일 거야. 마음에 두지 마.”
고준석은 좀 더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도록 분위기를 깨보려고 했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을 텐데요...’
고준석은 아직 점점 더 차가워지는 진수혁의 얼굴을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다.
“지수 씨가 너랑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는데 다른 사심은 없을거야.”
“고 대표님.”
강현서는 자기한테 불똥이 튈까 봐 진지하게 말했다.
“목 안 마르세요?”
“안 마른 데요?”
고준석이 본능적으로 반박했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강현서의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했다.
“목마르실 것 같은데요?”
“강 비서님 왜 저래?”
고준석은 분위기가 조금 풀리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는 차에서 내리게도 못하더니 이제는 강제로 물 마시라고 하잖아.”
진수혁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나도 너 목마른 것 같은데?”
“내가?”
고준석은 무언가 말하려다 진수혁의 어두운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합죽이가 되고 말았다.
‘왜 설득당하는 기분이지?’
“네가 나 목마르다고 하면...”
그는 심장을 부여잡고 옆에 있는 생수를 집어 들었다.
“목마른 거지.”
진수혁의 눈빛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는 이제껏 신재호라는 사람을 잊고 살았다.
이들은 얼마 안 지나 서지수와 신재호를 따라 한 고급 레스토랑에 도착하게 되었다. 두 사람이 친한 모습으로 웃으며 들어가자 진수혁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같이 차에 앉아있는 고준석과 강현서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고준석은 다른 일은 짐작할 수 있어도 이 방면에서는 강현서보다 못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배인한테 룸을 프러포즈 장소처럼 꾸미라고 해.”
그는 진수혁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몰랐다.
“그리고 밥 먹는 도중에 붉은 장미와 프러포즈 반지를 전달하면서 모두 서지수를 위해 준비한 거라고 해.”
고준석은 한순간 반응하지도 못했다.
“지금 신재호를 돕는 거야?”
“지수를 좋아하는 마음을 대신 전해줄 뿐이야.”
진수혁의 말투는 느긋하기만 했다.
‘미친 거 아니야?’
고준석은 갑자기 그가 이렇게 하는 목적을 알 것만 같았다.
그도 서지수가 어떤 성격인지 익히 전해 들었다. 그녀의 성격대로라면 진수혁과 아직 정식으로 이혼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무조건 신재호를 싫어할 것이 뻔했다.
사실 좋아한다고 해도 이런 행동은 그녀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서지수가 이혼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가벼운 여자로 본 것과도 같았다.
‘역시 잔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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