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이렇게 큰데 어떻게 안 아플 수가 있어? 예전에 넘어지기만 해도 엉엉 우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
“...”
서지수는 신재호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진수혁은 신재호와 서지수의 친밀한 모습을 보자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고 주변의 공기가 더욱 싸늘해진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를 눈치챈 하늘이는 진수혁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아빠, 엄마에게 호호하지 않을 거예요?”
“하늘이가 해주면 됐어.”
진수혁은 서지수를 한참 쳐다본 후 하늘이를 바라보았다.
“이리 와. 아빠가 물어볼 게 있어.”
하늘이는 의아해했지만 그래도 아버지를 따라갔다.
두 사람이 서지수와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 이르자 멈추었다.
하늘이는 큰 눈을 뜨면서 물었다.
“아빠, 무슨 일이에요?”
“신재호를 왜 불렀어?”
진수혁은 감정을 추스르고 아이의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는 손을 아이의 작은 어깨에 올려놓고 최대한 온화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하늘이는 못 알아들은 척하였다.
“연기하지 말고 대답해.”
진수혁은 하늘이의 위장을 한눈에 알아봤다.
“아빠가 엄마를 보호할 수 없으니까 엄마를 보호할 수 있는 새 아빠를 찾아야죠.”
하늘이는 말랑말랑한 앳된 목소리로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재호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새 아빠로 되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
하늘이의 말에 진수혁은 기가 막혔다.
하늘이가 일부러 그를 화나게 하려고 한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화가 났다.
“아빠가 엄마를 버리고 다른 여자를 찾는 걸 간섭하지 않을 테니까 아빠도 내가 새 아빠를 찾는 것을 간섭하지 마요.”
하늘이는 계속 그의 화를 돋우는 말을 하였다.
“내가 정말 화났으면 좋겠어?”
진수혁은 그의 포동포동한 얼굴을 꼬집었다.
하늘이는 어리지만 이성적이었다.
“아빠가 먼저 엄마를 화나게 했잖아요.”
진수혁은 그에게 설명하려고 하였다.
“내가 언제 네 엄마를 화나게 했어?”
“방금요.”
하늘이는 근거를 대고 맑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아빠.”
“그래.”
하늘이의 부름에 충격에 빠진 진수혁은 얼떨결에 대답했다.
“나 엄마랑 집에 가요.”
하늘이는 몸을 기울이면서 진수혁을 안아주었다. 아이의 작은 몸은 그에게 충분한 따뜻함을 주었다.
“일찍 쉬세요.”
진수혁이 손을 들고 하늘이를 끌어안기도 전에 하늘이는 그의 품에서 나와버렸다. 그러고 나서 짧은 다리를 움직이면서 서지수를 향해 총총 달려갔다.
서지수의 앞에 도착한 후 하늘이는 그녀의 다치지 않는 손을 쥐고 웃으면서 말했다.
“엄마, 우리 가요.”
“그래.”
서지수는 마음속으로 피어오르는 감정을 누르고 그의 손을 잡고 떠났다.
하늘이는 다른 손으로 신재호를 향해 뻗었다.
“아저씨, 손잡아 주세요.”
“그래.”
신재호는 아이의 말대로 하였다.
두 어른이 양쪽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웃고 떠들면서 걸어가는 뒷모습은 유난히 화목하고 따뜻해 보여서 행복한 한식구처럼 보였다. 그들은 천천히 진수혁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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