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은 서지수의 귀에 꽂히는 칼날이었다.
소유리와 진수혁의 스캔들을 처음 보았을 때는 많이 괴로웠지만 혹시 우연한 사고였을 수도 있겠다며 작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막 귀로 들은 대화는 그 어떤 칼에 베이는 고통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다.
가슴 한가운데까지 압박감이 밀려드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야?”
진수혁은 낮고도 차가운 음성으로 물었다. 예전과 달리 훨씬 더 무심한 태도였다. 마치 그녀는 함부로 대해도 되는 하찮은 존재라는 듯이 말이다.
그래도 서지수는 한 번쯤 확인하고 싶었다.
“지금 뭐 하는 중이야?”
“전화해 놓고 묻고 싶은 게 고작 그거야?”
진수혁은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질문으로 돌려줬다.
서지수는 그에게 완전히 실망했다. 그녀는 감정을 다잡고 더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내 캐리어 돌려줘.”
그녀가 들은 건 다짜고짜 끊기는 전화음뿐이었다.
서지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중요한 서류와 신분증, 여권 등이 전부 거기 들어 있으니, 그의 손에 오래 맡겨 두면 무슨 변수가 생길지 몰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받지 않았다.
그 시각, 진수혁의 휴대폰 화면에서는 ‘지수’라는 이름의 전화가 계속 울리고 있었다.
소유리가 조심스레 물었다.
“안 받아?”
“모든 일엔 순서가 있는 법이니까. 우선 너랑 TV부터 보고 싶어.”
진수혁은 전화 수신 버튼을 누르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그냥 울리게 둔 채였다.
소유리는 막 샤워를 마쳤는지 얇은 슬립 차림으로 그의 팔을 살짝 안았다. 그녀는 몹시 요염해 보이는 모습으로 바싹 다가서며 말했다.
“TV는 됐고, 난 너랑 다른 걸 하고 싶은데.”
그녀는 더욱 가까이 몸을 붙였다.
진수혁이 고개만 숙이면 바로 그녀의 몸이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얌전히 있어.”
진수혁은 그녀를 제지했다. 그 행동에는 어떤 동요도 없어 보였다.
“넌 건강부터 잘 챙기는 게 최우선이야.”
서지수는 망설이지 않고 나갈 채비를 했다. 진하늘에게 외출한다는 말을 남긴 뒤 곧바로 푸른 별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착하니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안은 텅 빈 듯 고요했다.
서지수는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날 일부러 곯려 먹으려는 건가.’
그녀는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기로 마음먹고 메시지를 보냈다.
[30분 내로 안 오면 문 따고 들어갈 거야.]
아직 이혼 절차가 끝나지 않았으니 엄밀히 말해 문을 따고 들어가도 문제 될 건 없었다.
진수혁은 그녀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 몰랐는지, 결국 30분쯤 지난 뒤 소유리를 데리고 돌아왔다.
두 사람이 다정하게 함께 걸어오는 광경에도 서지수는 더 이상 화를 내거나 비아냥거리지 않았다. 그저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왜 전화 안 받았어?”
“내가 왜 받아야 하지?”
진수혁은 매정하게 대꾸했다. 그녀를 쳐다보는 눈빛이 생판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냉혹했다.
“네가 뭔데 전화까지 받아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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