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진실은 어쩌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이틀 동안 성유리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박철용 회장의 회복 상태를 확인하러 병원을 찾았다.
그날 침술 치료 이후로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입원한 지 사흘째 되는 날, 병원에서는 퇴원을 결정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정영준이 성유리의 자료를 손에 들고 박지훈의 본가로 찾아왔다.
“대표님, 성유리 씨가 박가로 시집오기 전의 기록은 비교적 간단했습니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재혼했으며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바로 유명한 국학 대가이신 성한수 선생님입니다. 다만 성한수 선생님도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이후 성유리 씨는 박씨 가문으로 시집을 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다야?”
박지훈의 표정은 이내 불만으로 굳어졌다.
“어... 그게... 네.”
정영준이 망설이다가 덧붙였다.
“성유리 씨의 의술은 성한수 선생님에게서 배운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성 선생님의 의술은 정상을 찍고 있었지만 전해 듣기로는 남자에게만 전수하고 여자에게는 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다고 하더군요. 정식으로 제자로 인정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고 수년째 신분을 감춘 채 살아가는 중이라는데... 그 인물은 분명 성유리 씨가 아닐 겁니다.”
“결국 제대로 알아낸 건 하나도 없단 소리잖아?”
박지훈은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탁자 위로 던졌고 그 깊고 어두운 눈동자엔 차가운 서릿발 같은 기운이 감돌았다.
옆에 있는 사람까지도 등줄기가 서늘해질 정도였다.
“사실... 성유리 씨의 이력 자체가 워낙 단순합니다...”
정영준은 말을 아끼다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덧붙였다.
“아, 그런데 최근에 성유리 씨가 개인 한의원을 준비 중인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직접 개업을 추진 중입니다.”
“한의원 개업?”
박지훈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주소는?”
“청산로 186번지입니다.”
전미정은 양아현의 유일한 일반인 친구이자 그녀가 감옥에 가게 된 배후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의원 안으로 들어서자 검은 롱드레스를 입은 전미정이 프런트에 앉아 있었고 그 우아한 자태는 여전했다.
소리가 나자 전미정은 고개를 들었고 성유리 역시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엇갈린 순간 전미정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성유리 씨? 여긴 왜 온 거죠?”
“계약하러요.”
성유리는 주변을 대충 둘러본 뒤 물었다.
“원장님은 안 계세요?”
전미정은 다소 놀란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비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우리 아빠 의원에 관심 가진 사람이 성유리 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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