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수증 들고 가서 창구에 제출하시면 돼요.”
병원 직원의 안내를 들은 권해솔은 손에 들린 영수증을 내려다봤다.
약값 하나만 적혀 있었고 그 외의 금액은 이미 전부 결제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걸음을 옮기며 강재하에게 사진 한 장을 보내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다.
정신없이 걷던 중, 권해솔은 누군가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권해솔?”
익숙하지만 듣기 싫은 목소리였다.
얼굴을 들자 정말 보기만 해도 속이 거북한 그 얼굴, 강현수였다.
“넌 진짜 지겹게도 따라다니는구나? 내가 설아랑 결혼한다는 거 알면서 여기까지 쫓아와서 훼방 놓는 거야?”
그의 뻔뻔한 태도에 권해솔은 새삼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 남자는 어떻게 이 정도의 철면피로 살아가는 걸까.’
“누구랑 결혼하든, 개랑 결혼을 하든, 그딴 건 나 알 바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그녀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실수로 방금 촬영된 영상이 강재하에게 전송되어 있었고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급히 전송 취소 버튼을 눌렀다.
“여자는 다 그래. 겉으론 싫다 하면서 속으론 아쉬운 거잖아. 지금 후회해도 늦었지만 말 예쁘게 하면 청첩장 정도는 줄 수도 있어.”
강현수의 우쭐한 표정에 권해솔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남자는 대체 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나오는 걸까? 전 세계 여자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건가?’
그녀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신 좀 차려. 뒤통수 맞고 질질 짜지 말고.”
더는 말 섞을 가치도 없어 권해솔은 곧장 진료비를 납부하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현수 오빠, 무슨 기분 안 좋은 일 있었어?”
멀리서 권설아가 다가오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은 두 사람이 결혼 준비를 위해 병원에 들른 날이었다.
건강검진이라든가 자잘한 절차들이 밀려 있었기에 이제서야 겨우 시간을 낸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보기 싫은 사람 하나 봤을 뿐.”
한편.
‘역시 꾸준히 성실하게 일한 보람은 있어. 이렇게 기회로 돌아오잖아.’
그날 오후, 권해솔은 허 감독의 촬영에 참여했다.
역시나 그녀의 컨디션은 완벽했고 연기 호흡도 척척 맞았다.
“요즘 정말 호흡이 잘 맞네요. 혹시 다음 달 일정을 제 일정이랑 맞춰줄 수 있어요?”
허재환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지만 권해솔은 자신의 다음 달 스케줄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저보다는 윤정 언니랑 상의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알지 못해서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재환은 슬쩍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아침에 나도 이야기 꺼내 봤거든. 겉으론 ‘좋다’고 하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얘기는 피하더라고.”
허재환은 살짝 섭섭한 듯한 표정이었다.
‘아마 윤정 언니도 재이와의 협업 건으로 머리가 터질 지경이겠지.’
“그럼 이렇게 해요. 이번 프로젝트 끝나고 다시 이야기해요. 어차피 다음 달 일이잖아요,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요.”
양쪽에 모두 확답했다가 다른 쪽에 민폐를 끼칠 수도 있어 권해솔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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