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어딜 봐서 충고인가. 가르치려는 거지.
윤성빈의 가족부터 비서 허준, 저택 도우미까지 채시아에게 가르치려 들었고, 채시아는 웃는 얼굴로 감지덕지하며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억울하게 당하고만 살기 싫었다.
채시아는 양옆으로 늘어진 두 손을 꽉 쥐며 싸늘한 눈빛으로 허준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이 화난 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더 할 말 없으면 이만 가세요.”
그녀의 차가운 시선에 허준은 흠칫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채시아가 문을 닫아버린 뒤였다.
허준이 이런 문전박대를 당한 건 처음이었다.
몇 년 동안 무시하는 사람은 줄곧 그였는데 왜 지금 상황이 달라진 걸까.
정말 그녀가 이젠 더 이상 윤성빈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는 걸까?
...
채시아는 허준이 돌아가서 윤성빈에게 일러바칠 걸 예상했다.
그녀는 피곤한 듯 소파에 앉아 윤성빈의 질책을 기다렸다.
그녀의 생각대로 허준은 돌아가서 윤성빈에게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한껏 부풀려 얘기했다.
세찬 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렸다.
채시아는 초여름인데도 추위를 느끼며 소파에 웅크리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초인종이 울리고 뒤늦게 소리를 들은 그녀는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문 앞에 누가 서 있는지 굳이 쳐다볼 필요도 없었다.
건장한 남자 앞에서 그녀가 유난히 더 가냘파 보였다.
채시아는 고개를 들어 윤성빈의 우물처럼 깊고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허 비서님이 말했어요?”
윤성빈은 싸늘한 얼굴로 채시아 앞에 사진 더미를 던졌다.
이 순간 그는 더 이상 억눌렸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채시아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그렇게 그 남자랑 같이 살고 싶어? 그 자식을 잘 알아? 내가 아니었으면 어떤 남자가 널 원하겠어?”
채시아는 구석으로 몰린 채 그의 악랄한 말을 들으며 귀를 의심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윤성빈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감쌌다. 지난번보다 더 말라 뼈밖에 안 남은 것 같았다.
흠칫하던 그는 여자가 왜 이렇게 말랐는지 의아했다.
“손대지 마요!”
뜨거운 손길에 채시아는 정신을 차리고 눈이 빨개지며 윤성빈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건강한 여자도 남자의 힘을 당해낼 수 없는데 그녀는 아직 몸이 다 회복된 상태도 아니었다.
뜨거운 입맞춤이 이어지고 창밖의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지는 듯했다.
채시아는 차가운 침대에 엎드린 채 귀가 울리고 복부는 더욱 심한 경련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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