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아는 임수아가 떠나기 전 했던 말이 일러바치겠다는 뜻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윤성빈의 말이 곧바로 이어졌다.
“이혼은 우리 둘 일이야. 임수아한테 손을 댈 필요는 없잖아. 걔 지금 병원에 있어.”
멈칫하던 채시아는 금방 상황 파악을 끝냈다.
임수아가 이런 치졸한 수법으로 자신을 모함할 줄이야. 윤성빈은 또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다.
“난 그냥 만난 것뿐이고 아무 짓도 안 했어요. 믿든 말든 알아서 해요.”
말을 마친 채시아가 전화를 뚝 끊었다.
병원에 있던 윤성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임수아는 머리에 붕대까지 감은 채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채시아와 만난 이후 일부러 머리를 부딪혀놓고 채시아를 모함한 거다.
“그냥 제대로 얘기해 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임수아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사진 더미를 꺼내 윤성빈에게 건넸다.
채시아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후 일부러 사람을 보내 찍으라고 시킨 사진이었다.
“나도 더 이상 채시아 씨를 위해 숨기고 싶지 않아요. 오빠, 사진 보고 화내지 말아요.”
사진을 건네받은 윤성빈이 들여다보는 순간 까만 눈동자가 굳어졌다.
채시아와 박지훈의 사진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윤성빈은 인내심이 바닥났다.
임수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발견하고 샀으니 다행이죠. 유출됐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윤성빈은 마음이 복잡했다.
그는 병원에서 나온 뒤 무광 블랙 캐딜락에 올라타 임수아에게 사진값을 주라며 비서 허준에게 지시했다.
“채시아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봐.”
“네.”
허준은 즉시 사람을 보냈다.
...
채시아가 묻자 허준은 방 안을 훑어본 뒤 남자가 보이지 않아 정중하면서도 사무적인 어투로 말했다.
“채시아 씨, 대표님께서 모셔 오라고 했습니다.”
채시아 씨... 3년 동안 한결같은 호칭이다.
이미 익숙했던 채시아가 시선을 내린 채 답했다.
“전 안 가요. 마침 잘 왔어요. 저 대신 그쪽 대표님께 내일 이혼하자고 전해주세요.”
조정 기간 이후 3개월 안에는 진행할 수 있었다.
어제 윤성빈이 전화해서 다그치던 걸 떠올리며 그에게 다시 연락해 수모를 당하고 싶지 않았다.
허준은 당황했다.
채시아가 윤성빈과 이혼하려 한다는 얘긴 들었어도 직접 본 적은 없었다.
그동안 그녀는 얼마나 껌딱지처럼 윤성빈에게 매달렸던가.
허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채시아 씨, 충고하는데 적당히 하세요. 대표님 이미 화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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