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영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그는 빠르게 마음속으로 할 말을 생각했지만 막상 입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먼저 사과를 해야 할까? 아니면 그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물어봐야 되나?’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신도영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채시아는 그가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신도영은 그냥 지나쳐서 차에 올라탔다.
자신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는 채시아의 뒷모습을 그는 멍하니 바라만 봤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았을 때, 채시아는 이미 차에 탑승해 운전기사에게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고 있었다.
“이만 갈까요?”
채시아의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본 신도영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걸 알아차린 신도영은 휴대폰을 들어 윤성빈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그러나 이내 윤성빈이 지난 몇 년 동안 채시아에게 했던 일들을 떠올리자 전화를 걸 생각이 사라졌다.
신도영은 결국 자신의 욕심을 숨기고 채시아의 차량 번호를 기록했다. 그런 후, 그녀가 현재 어디에 살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사람을 파견했다.
검은색 벤틀리가 도로 위를 쌩쌩 달리고 있었다.
채시아는 평온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마음속에는 큰 파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신도영이 어떻게 해서 오단 추고 공원에 나타난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다.
신도영이 자신에게 가했던 ‘폭력’들이 다시 떠오른 채시아는 한 손으로 보청기를 빼냈다.
그가 했던 말, 했던 모든 행동들이 머릿속에서 생생히 떠올랐다.
신도영 때문에 채시아는 여전히 귀에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혈액이 새어 나오는 고통을 겪고 있었으니 그에게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때때로 채시아는 자신이 신도영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병마에 시달릴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아픈 아들을 구하는 일이었으니 신도영을 못 본 척하고 무시하려 했다.
기억을 잃어 신도영을 알아보지 못하는 척하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 했다. 결국 신도영은 임수아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일 테니까.
...
돌아가는 길, 채시아는 세인트 미디어에서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슬아 씨, 시간 괜찮으신가요? 저희가 슬아 씨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요. 최근에 새로운 곡을 발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그 곡의 저작권을 구매하고 싶습니다.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인트 미디어는 선명 그룹의 최대 연예인 매니지먼트 회사였다. 현재 임수아는 그 회사에서 톱스타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었다.
채시아는 무역회사를 운영하면서도 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작곡가였다. 그녀는 외부에선 슬아라는 필명을 사용했기에 사람들은 그녀를 슬아 작곡가라고 불렀다.
슬아 작곡가의 명성은 이미 국내에서 자자했다. 어떤 가수든 슬아의 노래를 부르면 무조건 히트를 쳤으니 말이다.
작년에는 <거리의 소녀>라는 곡이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과 홍콩 등 나라에서 리메이크되어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임수아는 요즘 인기가 점점 식고 있음을 느껴 꼭 슬아 작곡가에게 노래를 받아와 다시 전성기를 누리려했다.
“제가 부르려는 거 알아요?”
임수아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매니저는 머리를 긁적이며 아까 슬아 작곡가가 했던 말을 그래도 전했다.
“정말 웃기네요! 제 주제도 모르나 보죠? 제가 부른다고 했으면 감사한 줄 알아야지!”
임수아는 화가 나 씩씩거렸다.
그 모습을 본 매니저는 생각에 잠겨있다 문득 이런 제안을 했다.
“수아야, 신도영 씨는 네 친구지? 또 윤성빈 대표님도 그렇고. 그들이 도와주면 슬아 작곡가 노래를 손쉽게 얻을 수 있을 거야.”
‘신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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