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아의 얼굴이 살짝 굳어 있었지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4년 전쯤부터, 신도영은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듯 그녀의 온갖 요구를 모르는 척하며 외면해 왔다.
윤성빈에 대해서도 임수아는 그가 자신을 도와줄 거란 확신이 없었지만 지금까지 임수아가 원한 건, 단 한 번도 손에 넣지 못한 적이 없었다.
“방법은 상관없어요. 어떻게든 슬아 작곡가 곡을 손에 넣으세요.”
채시아는 세인트 미디어와의 전화를 끊고 난 뒤, 잔잔하던 눈빛에 서늘한 냉기가 스쳤다.
세상 누구보다 임수아를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
이 수년간, 연예계든 음악계든 그녀는 언제나 껍데기뿐이었다. 늘 다른 사람의 성과를 훔치고 남의 커리어를 가로채며 살아왔을 뿐이었다.
윤성빈과 신도영이 아무 조건 없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진작 바닥났을 인물이었다.
청력을 잃은 사람이 곡을 쓴다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동안 채시아는 두 아이와 오경숙을 돌보기 위해 매 순간 전력을 다해왔고 그들이 고생하지 않도록 밤낮없이 버텨왔다.
지금 그녀가 버는 돈이면 가족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돈 때문에, 임수아에게 곡을 넘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채시아는 휴대폰을 옆에 두고 욕실로 향했다. 피곤했던 탓일까,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사이 그녀는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조나연에게서 걸려 온 전화벨이 채시아를 깨웠다.
“시아야, 나 며칠 뒤면 돌아가.”
채시아는 욕조에서 벗어나 가운을 걸치고 나오며 대답했다.
“돌아오면 내가 성대한 환영식 해줄게.”
“좋아. 요즘은 어때? 윤성빈 씨한테서 괴롭힘은 안 당하지? 그리고 그 얌전한 척하는 임수아, 그 사람은 네가 돌아온 거 알아?”
조나연은 혼자 있는 친구가 걱정돼 잔뜩 신경을 곤두세웠다.
“임수아는 아직 몰라. 하지만 곧 알게 되겠지.”
채시아는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었고 이내 여름바람이 뜨겁게 피부를 스쳤다.
“윤성빈 그 사람은... 걱정하지 마. 나도 당하고만 있진 않을 거야.”
윤성빈은 그 모습에 순간 멈칫했다. 예전의 보수적인 채시아와는 너무도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인지 그는 문득, 그녀에게 지난 몇 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냥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알려주러 왔지.”
윤성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마치 채시아를 꿰뚫어 보려는 듯 응시했다.
그 뜨거운 시선에 채시아는 손바닥에 땀이 맺혔지만 애써 담담한 척 대답했다.
“계속 서서 말씀하실 건 아니죠? 윤 대표님?”
순간 윤성빈이 성큼 다가오더니 채시아를 벽에 밀어붙였다. 그리고 반대 손으로 문을 쾅 닫았다.
이내 실내의 공기가 한순간에 숨 막히도록 얼어붙었다.
차가운 벽에 등을 붙인 채시아는 아직 아무 말도 못 꺼낸 상태였다. 그런데 이내, 윤성빈이 거칠게 입을 맞췄다.
동시에 그는 채시아를 번쩍 안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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