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에 정가영은 정우현이 전화 온 일에 대해 얘기했다.
20분 후 두 사람은 백화점에 도착했다.
정우현은 이미 도착해 있었고 1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야구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통화하다가 권예진과 정가영을 보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세 사람은 카페로 들어가 커피 세 잔과 디저트를 주문했다.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정우현은 쇼핑백에 담긴 서류와 휴대폰을 권예진에게 건네면서 얼굴을 살폈다.
“네 물건이야. 휴대폰이 망가졌었는데 매니저가 수리해놨어.”
“고마워.”
권예진은 그가 건네는 물건을 받았다.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걸 본 정우현이 얼굴이 찌푸리고 물었다.
“예진아, 괜찮아? 안색이 많이 안 좋아. 혹시 어제 일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
“괜찮아.”
권예진이 웃으며 말했다.
“요즘 잠을 잘 못 자서 너무 피곤해서 그래.”
정우현은 그녀를 그윽하게 쳐다보았다.
“예진아, 네가 말하기 싫어하는 건 나도 묻지 않을게. 근데 우린 친구라는 거 잊지 마.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꼭 말해. 알았지?”
“응.”
그녀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마워, 우현아.”
어제 촬영 일정을 미룬 탓에 오늘은 무조건 촬영하러 가야 했다. 그는 권예진에게 G사 로고가 찍힌 쇼핑백 몇 개를 건넸다.
“어제 내 매니저가 산 옷인데 오늘 아침에 너무 급하게 가서 주지 못했어.”
정우현은 권예진에게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냥 옷 몇 벌일 뿐이니까 보상이라고 생각해줘. 시간이 없어서 먼저 가볼게.”
그러고는 커피와 디저트값을 내고 백화점을 나섰다.
정가영이 옆에 앉은 권예진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한 우물만 팔 거야? 이런데도 다른 생각 안 한다고?”
“무슨 생각?”
권예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현이 너 좋아하잖아. 모르겠어?”
그러자 권예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하지 마. 연예계에 예쁜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를 좋아할 리가 있겠어?”
“여자 연예인들은 메이크업에 성형하고 필터까지 더해지니까 예뻐 보이는 건 당연한 거지. 메이크업 다 지우면 네 10분의 1도 안 될걸?”
정가영이 말했다.
“넌 타고난 미모에 의술도 뛰어나고 성격도 좋잖아. 우현이 널 좋아하는 건 당연한 거야. 다들 공호열처럼 널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줄 알아?”
권예진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창밖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뭘 그렇게 넋을 놓고 보고 있어?”
그녀는 권예진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깜짝 놀랐다.
“김다윤? 세상 참 좁다. 그나저나 쟤 앞에 있는 저 여자는 누구야?”
정가영이 물었다.
“너 알아?”
“호열 씨 어머니야.”
권예진이 대답했다.
“미래 시어머니?”
정가영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엄마한테서 들었는데 고부 관계가 제일 어렵대. 남편의 태도가 결혼 생활의 수준을 결정하고 고부 관계가 밑바닥을 결정한다고 했어. 공호열은 너한테 선입견이 있고 미래 시어머니는 여우 같은 김다윤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네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참 걱정이야.”
“예진아, 정말 신중하게 생각했어? 지금 공호열과 끝내도 늦지 않았어. 넌 의사로서 계속 공한무를 치료해주면서 공씨 가문 사람들이 너한테 신세 지게 하면 되잖아. 나중에 어려움이 생기면 도와달라고 해도 되고.”
권예진은 시선을 늘어뜨리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다음 나지막하게 말했다.
“너...”
정가영이 권예진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가자. 누구 때문에 브랜드의 품격이 떨어지는 것 같으니까 다른 매장으로 가자.”
김다윤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코웃음을 치고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블랙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자랑했다.
“허세는. 호열 씨 블랙카드 지금 나한테 있는데.”
권예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김다윤을 쳐다보았다.
“호열 씨를 ATM 기기로 생각하는 사람은 너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뭐? 가서 호열 씨한테 말해 보든가.”
김다윤이 우쭐거리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호열 씨는 널 믿지 않아. 부러워? 질투 나 미치겠어? 재간 있으면 호열 씨한테 블랙카드 달라고 해봐. 권예진, 촌뜨기면 촌뜨기답게 시장이나 가. 백화점은 네가 올 곳이 아니야.”
김다윤의 비웃음에도 권예진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태연자약하게 웃었다.
“김다윤, 우리 내기할래?”
“무슨 내기?”
권예진은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쇼핑해서 누구의 카드가 먼저 한도를 초과하는지 보는 거야.”
“정말이야?”
김다윤은 블랙카드를 쥔 채 권예진을 마음껏 깔보았다.
“그래. 누가 겁낼 줄 알고? 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G사 쇼핑백 몇 개 들었다고 주제를 까먹은 거야?”
정가영은 권예진이 김다윤과 돈 자랑을 하겠다고 나설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무슨 돈으로 김다윤이랑 붙겠다는 거야? 쟤 공호열의 블랙카드 가지고 있어.”
권예진의 입가에 교활한 미소가 스쳤다.
“나도 호열 씨가 준 블랙카드 있어. 두 개 다 그 사람이 준 카드인데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궁금하지 않아? 난 엄청 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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