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다 진한 거짓 นิยาย บท 19

공기가 얼어붙은 듯 주변이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뭐가 잘났다고 사람을 그렇게 무시하는지 참.”

정가영의 목소리가 매장 안의 정적을 깨뜨렸다.

“진실이 늦게 밝혀지긴 해도 언젠가는 밝혀지는 법인데.”

조금 전까지도 무시하던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고 안색도 확 굳어졌다.

권예진이 옆에 서 있는 김다윤에게 말했다.

“계속 살 거야?”

수치심과 분노에 휩싸인 김다윤은 당장이라도 권예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씩씩거리면서 보석 매장을 나섰다.

오늘 이미 돈을 많이 써서 더 썼다가는 공호열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었다.

이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진 것도 아니었다.

안 그래도 권예진을 무시하는 공호열인데 20억이 넘는 돈을 썼으니 혐오감만 더 짙어질 것이다.

김다윤이 떠난 후 점원이 공손하게 말했다.

“고객님, 우리 매장에 신상품이 몇 가지 더 있는데 한번 보시겠어요?”

“됐어요.”

“네. 그럼 아까 그 목걸이 바로 포장해드릴게요.”

그러고는 조금 전 권예진이 산 목걸이를 포장하려고 몸을 돌렸다.

“잠깐만요.”

권예진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 세웠다. 점원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권예진이 예상했던 그 말을 내뱉었다. 권예진은 점원을 보면서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갑자기 그 목걸이가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요. 나 같은 촌뜨기는 G사 옷을 입어도 사람들이 짝퉁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20억이 넘는 목걸이를 하고 나가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진 않지만 그래도 괜한 일 만들 필요는 없죠.”

점원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촌뜨기... 조금 전 그들이 그녀에게 했던 말이었다. 몽땅 기억하고 있다가 제대로 한 방을 먹인 것이었다.

“미안한데 환불해주세요.”

권예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점원은 후회막심했다.

20억이 넘는 가격이라 인센티브가 거의 6개월 치 월급에 해당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점원이 뭐라 하기 전에 권예진이 말을 가로챘다.

“이 목걸이는 내가 맞춤 제작한 것도 아니잖아요. 소비자 보호법에 따르면 환불할 수 있어요.”

점원은 한번 판매된 제품은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려 했지만 권예진이 그 방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걸 알고는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권예진이 공호열의 카드를 가지고 있었기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 꾹 참아야만 했다.

...

그 시각 자경 그룹.

공호열은 테이블 옆 소파에 앉아 경제 잡지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박지석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할아버지의 병을 고쳐주는 대가로 결혼하자고 협박했다고? 그리고 넌 어쩔 수 없이 승낙했고 게다가 그 여자를 오아시스로 데려와 감정을 키우고 있다는 거지?”

공호열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감정을 키우는 게 아니라 감시하는 거야.”

바로 그때 테이블에 놓인 검은색 휴대폰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힐끗 쳐다보던 공호열의 표정은 여전히 덤덤하기만 했다. 은행에서 보낸 소비 알림 메시지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또 도착했다.

박지석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평소에 메시지도 보내지 않잖아. 오늘따라 무슨 메시지가 이렇게 많이 와?”

“은행에서 온 소비 알림 메시지야.”

공호열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 여자 지금 네 카드를 정신없이 긁나 보네?”

그러자 공호열이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한도가 초과된 것도 아닌데 왜 그런 표정이야?”

“권예진 지금 백화점에 있는데 20억 넘게 긁었어.”

박지석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하하... 두 사람 설마 같은 매장에서 누가 먼저 네 카드 한도를 초과시키나 내기라도 하는 거 아냐?”

공호열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호열의 휴대폰이 또 울렸다. 확인한 순간 또 멈칫했다.

“왜 그래? 이번에도 수십억을 긁었어?”

박지석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환불이 완료되었다는 내용을 확인하고는 배꼽 빠져라 웃었다.

“대박. 앞으로 심심할 날이 없겠어.”

박지석이 신난 얼굴로 덧붙였다.

“미래 형수님은 너랑 아주 천생연분이야.”

‘대체 무슨 속셈인 거야?’

공호열의 표정이 복잡해졌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가늠할 수 없었다.

...

백화점에서 나온 권예진과 정가영은 근처 골목에서 마라탕을 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정가영은 자러 가겠다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권예진은 정우현이 준 물건을 들고 오아시스로 돌아갔다.

별장 전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곧장 방으로 가서 양문수가 준 한서 의학 회담 자료를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저녁 무렵 마당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서야 자료를 내려놓았다.

공호열이 별장 안으로 들어오자 권예진은 재빨리 남성용 슬리퍼를 그의 발치에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상냥하게 말했다.

“왔어요?”

“오늘 백화점에서 아주 신나게 놀았던데?”

차가운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렸다. 권예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는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얼굴에 닿은 순간 그녀는 심장이 튀어나올 듯 쿵쾅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