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호열은 식탁에 놓인 그릇과 젓가락을 응시하며 눈빛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유순한 겉모습과 달리 성깔이 꽤 있는 편이군.
그녀가 한 말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가짜인지 알 수 없었다.
라면 먹을 때 한서 의학 회담에 필요한 논문을 쓰고 있다고 했던 것 같았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한서 의학 회담은 세계적인 의학 선구자들이 모이는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의 콘퍼런스다.
회의에서 수많은 첨단 과학 연구 성과와 임상 시험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따라서 회담에 얼굴을 비추는 사람은 의학 분야의 천재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도 참석한다는 건 결코 만만치 않은 의술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의미했다.
흉터는 완전히 제거할 수 없으며 치료를 통해 완화하거나 옅어지게 한다는 주장은 쉽게 확인이 되었다.
공호열은 휴대폰을 들고 정민욱에게 연락했다.
꿀잠 자고 있던 정민욱은 벨 소리에 깨어나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화면에 뜬 ‘대표님’이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화가 누그러졌다.
이내 서둘러 통화 버튼을 누르고 공손하게 말했다.
“대표님.”
“내일 한서 의학 회담의 초대장 얻어 와.”
“네?”
정민욱은 어안이 벙벙했다.
며칠 전에 초대장을 가지고 찾아가서 참석 여부를 물었을 때만 하더라도 딱 잘라 거절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갑자기 관심이 생긴 거지? 그것도 한밤중에?
정민욱은 궁금증이 폭발했지만 차마 되묻지는 못하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네, 대표님.”
한편, 김다윤은 유포리아를 떠나 집으로 돌아갔다.
이미 잠자리에 든 김홍철과 장옥영은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엔진 소리를 듣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잠시 후 김홍철이 입을 열었다.
“설마 다윤이가 돌아왔나?”
장옥영은 눈살을 찌푸리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김다윤은 황당하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적어도 남자가 아닌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잖아. 나중에 결혼하고 나면 부부생활은 걱정 안 해도 되겠네.”
그녀는 말을 마치고 탁자에서 명함 한 장을 집어 들어 건네주었다.
“이게 뭐죠?”
“병원은 이미 예약했으니까 얼른 시술해.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한 방에 해결하도록 하고.”
김다윤은 명함을 가방에 넣었다.
공호열이 왜 갑자기 흉터에 집착하기 시작한 거지?
설마 권예진이 무슨 얘기라도 했나?
촌뜨기 주제에 찰거머리가 따로 없군. 수영장에 빠뜨렸는데도 살아남을 줄이야!
...
아침 일찍 오아시스를 떠난 권예진은 완성한 논문을 챙겨 청림대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프린터로 출력해서 양문수 학장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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