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분명 오랜 지인이었다.
박지석 역시 공호열보다는 아니지만 나름 잘생기고 늠름해 내로라하는 귀공자인데 한순간에 들러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언제 해경에 왔어? 미리 얘기하지.”
“어제 왔는데 너도 해경에 있을 줄은 몰랐네. 중서의학 회담에도 참석하고.”
데니스는 유창한 우리말을 구사했다.
“도교 사원에 가서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했는데.”
두 사람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어가자 박지석은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러다 공호열과 마주쳤는데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혼혈 미남과 한창 신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권예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두운 눈빛이 기쁜 건지 화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내일이 없이 사는 박지석이 말을 건넸다.
“신의 형수님이 인기가 많네.”
“이리저리 쓸데없는 사람이 꼬이는 데는 이유가 있지.”
공호열의 검은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나며 차갑게 말했다.
그가 이렇듯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는 일이 무척 드물었기에 박지석은 웃음을 참으며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고 놀리듯 말했다.
“질투하는 건 아니지?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쁜데 의술도 뛰어나잖아. 미모와 지성을 겸비했으니 인기가 많은 것도 당연하지. 너 복받았어.”
공호열은 부정하지도 않고 차갑게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호열 씨?”
김다윤이 다가와 권예진이 남자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는 은근슬쩍 비아냥거렸다.
“언니는 예전보다 더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아졌네요.”
모두를 놀라게 할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는 권예진의 모습에 질투가 나 당장이라도 잡아먹고 싶은 심정이었다.
‘순진하게 겨우 이 정도로 공호열과 어울리는 사람이 됐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김다윤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그의 말뜻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미소가 확 굳어졌다.
그녀가 다급히 붙잡았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호열은 이미 뒤돌아 보란 듯이 성큼성큼 현장으로 돌아갔다.
연회장에서 권예진은 데니스와 한창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느라 화가 잔뜩 난 남자를 눈치채지 못했다.
공호열은 한걸음에 권예진 옆으로 다가와 의자를 걷어차며 명령했다.
“일어나.”
“호열 씨, 여기 의자 많으니까 아무 데나 앉아요.”
권예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재빨리 시선을 거두고 데니스와 대화를 이어가는데 곧바로 손목이 덥석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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