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다 진한 거짓 นิยาย บท 55

손목을 잡은 남자의 손바닥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고, 훤칠한 그가 압도적인 기운을 내뿜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의자에 앉은 권예진의 몸이 경직되며 호흡이 살짝 흐트러졌다.

귓가엔 남자의 덤덤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앉아서 내가 안아줄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가 매우 화가 난 건 분명했다.

애인이랑 같이 레스토랑이나 갈 것이지.

‘김다윤은 얼마나 한심하면 남자 하나도 못 붙잡아.’

공호열은 눈을 살짝 가늘게 뜬 채 차갑고 검은 눈동자로 미동도 없이 자꾸만 그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여자를 노려보았다.

“내 인내심을 건드리고 날 화나게 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어?”

권예진은 심호흡하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지금 일하고 있잖아요. 호열 씨는 지금쯤 가서 애인이랑 점심 먹으면서 데이트하고 있어야 하지 않아요? 얼른 가요. 애인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

그 말에 공호열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흘러나왔다.

평소와 다르게 수상쩍다.

“정민욱이 먼저 데려갔어.”

공호열은 선을 긋는 듯한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일어나. 내가 데려다줄게.”

권예진도 성깔 있는 사람이었지만 화를 낸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심호흡하고 꾹 화를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

“고맙지만 혼자 왔으니까 갈 때도 혼자 갈게요. 호열 씨는 신경 쓰지 마요.”

“권예진!”

“예진, 괜찮아? 이 남자 누구야?”

권예진은 힘없이 웃었다.

“전에 말했던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 먼저 갈게. 다음에 또 만나.”

그녀의 대답을 들은 공호열은 조롱하듯 얇은 입술을 비스듬히 말아 올렸다.

‘좋아한다고? 좋아해서 다른 여자와 만나라고 재촉하나?’

연회장을 나서며 공호열은 권예진을 돌아보더니 차갑게 비웃었다.

“좋아하는 마음도 참 싸구려야.”

거듭 조롱을 당하는데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권예진도 피와 살로 만들어진 사람이다.

게다가 조롱하는 상대는 다름 아닌 그녀가 몇 년 동안 좋아했던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