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해진 분위기에 숨이 막혔다.
권예진은 여기서 그와 함께 다투고 싶지 않아 입술을 깨물며 창백한 얼굴로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가서 옷 갈아입고 밥 먹을게요. 그건 되죠?”
“옷은 왜 갈아입어. 뭘 입든 똑같은데.”
공호열이 덧붙였다.
“똑같이 못생겼어.”
“...”
무섭도록 강압적인 저 남자는 참 독한 말만 골라서 내뱉는다.
권예진은 그가 왜 또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어 말문이 막혔다.
‘무슨 사람이 다혈질도 아니고!’
몸이 괴로운데 신랄한 조롱까지 들으니 권예진은 속이 다 쓰렸다. 가슴을 들썩이며 심호흡해도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난 회담에서 업계 사람과 얘기를 나눈 것뿐이고 그쪽이나 공씨 가문 체면이 깎이는 행동도 안 했어요. 그렇게 내가 싫으면 애인이랑 밥이나 먹지 왜 날 괴롭혀요?”
말을 마친 그녀는 금방이라도 폭풍우가 몰아칠 것 같은 남자의 어두운 얼굴을 무시한 채 도망치듯 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캐리어에서 생리대 한 봉지를 꺼내 화장실로 갔다.
사실 위가 아니라 매번 생리 때마다 죽을 것 같이 밀려오는 고통 때문이었다.
매년 한약을 먹으며 몸을 챙겨봤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어차피 남자가 그녀를 걱정하는 것도 아닌데 생리통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웠다.
거실에서 남자는 잘생긴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한참이 지나서야 시선을 돌렸다.
도우미 김정희가 말을 꺼냈다.
“도련님, 예진 씨는 위가 아픈 게 아니라 생리통인 것 같은데요.”
“생리통?”
공호열이 더욱 깊게 미간을 찡그렸다.
처음 생리를 했을 때 그녀는 죽는 줄 알았다.
나중에 의학 서적을 찾아보고 나서야 무슨 일인지 알게 되었다.
김정희는 그녀가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왜 그래요? 맛이 없어요? 차는 따뜻할 때 마셔야 좋아요.”
“아니요.”
웃는 권예진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고마워서요.”
그녀는 또다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누가 그녀를 위해 차를 끓여준 건 처음이라 마시기 아까웠다.
“원래 고생 끝에 낙이 온다잖아요. 예진 씨는 복 많은 얼굴이라 나중에 꼭 행복하게 잘 살 거예요. 도련님이 표현이 서툴러서 그렇지,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차차 달라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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