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거는 짧은 시간 동안 서지수는 이미 생각을 정리했다.
“오늘 밤 안에 해결 안 하면 너희 전부 잠 못 잘 줄 알아! 네 방에 있는 것들 모조리 박살 내버릴 거야!”
서승준은 윽박지르기만 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서지수는 지쳐 보이는 얼굴로 답했다.
서승준은 옆에 있던 컵을 낚아채 내려치려고 했다. 컵이 떨어지기 직전 서지수가 입을 열었다.
“여기는 아파트예요. 아버지가 물건을 부수면 아래층 주민들이 다 들어요.”
“듣든 말든 상관없어.”
서승준은 분노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소음이 심하면 관리사무소에서 올라올 거고, 제지가 안 되면 경찰에 신고하겠죠.”
서지수는 그의 시선을 똑바로 받아냈다.
“물건 부순 사람은 제가 아니니까, 경찰에 끌려갈 사람도 제가 아니에요.”
일련의 말에 서승준은 잠시 굳어 버렸다.
서지수는 말을 이었다.
“회사에 와서 난동을 부려도 괜찮아요. 저는 체면 잃어도 상관없지만, 우리 강 대표님은 어떠실까요?”
그 한마디가 그의 계획을 모조리 뒤흔들었다.
무섭게 밀어붙이면 진수혁이 돈을 주지 않아도 서지수에게서 얼마쯤은 받아낼 줄 알았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경찰서에 끌려가거나 망신만 살 공산이 컸다.
“그럼 너랑 안에 있는 꼬마를 납치하면 어떨까?”
서승준은 결국 최악의 수를 꺼냈다.
“진수혁이 과연 가만있을까?”
서지수는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떤 비열한 짓도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미칠 줄은 몰랐다.
“진수혁이 가만히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납치범은 실종되었다가 팔다리가 부러진 채 돌아올걸요.”
문이 열리기 전에 신재호의 목소리가 먼저 울려 퍼졌다.
둘이 동시에 돌아보니 화려한 옷차림의 신재호가 성큼성큼 들어섰다. 뒤에는 검은 라이더 재킷 차림의 소채윤이 따라왔다.
소채윤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원하는 걸 얻기 힘들다는 걸 깨달은 서승준은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나를 보내고 싶으면 둘이 10억씩 줘.”
“그럼 그럴까?”
신재호가 거침없이 말했다. 소채윤도 고개를 끄덕였다.
“10억은 좀 적지 않나? 차라리 20억을 줄까?”
신재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도 괜찮지.”
서지수는 두 사람의 속셈을 단숨에 읽고 이마를 살짝 짚었다.
서승준의 눈빛이 번쩍 빛났다.
돈이 이렇게 쉽게 나올 줄 알았으면 그동안 애쓸 필요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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