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리는 몹시 불안했다. 방금 한 말에 아무런 대답이 없자 진수혁의 속마음을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너 지금 몸으로는 사진 찍으러 다닐 컨디션이 아니야. 완전히 회복한 다음에 다시 생각하자.”
진수혁의 낮고 담담한 목소리에는 일말의 감정도 묻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늦었어. 얼른 자.”
소유리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차갑고 멀게 느껴지는 분위기에 눌려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이번 일로 완전히 선을 넘었다는 걸 그녀도 느꼈다. 동정과 보살핌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진수혁과 마음의 거리가 더 벌어졌다.
그 밤, 소유리는 뒤척이며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침대 곁에 앉아 있던 진수혁 역시 한순간도 눈을 붙이지 않았다.
반면 서지수 쪽은 이상하리만치 편안한 밤을 보냈다.
이튿날 아침.
서지수는 일찍 일어나 진하늘과 아침을 먹고 함께 육도훈네 집으로 향했다. 전날 밤 진하늘에게 집에서 서너 시간 기다릴지 같이 갈지 묻자, 그는 주저하지 않고 따라가겠다고 했다.
도착한 시각은 9시가 채 되지 않았다. 애초에 수업 시간은 8시부터 11시까지였지만, 면접 이튿날 육도훈이 전화해 육아영이 토요일에는 조금 더 자고 싶어 한다며 9시부터 12시로 조정했다. 그 뒤로 서지수는 매일 9시 전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육아영은 무척 기뻐하며 서지수의 손을 끌며 연습실로 향했다.
진하늘은 육도훈에게 이끌려 육아영의 서재로 갔다.
“여기 있는 거 뭐든 보고 싶거나 가지고 놀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다른 게 필요하면 아저씨가 옆방에 있으니까 와서 불러.”
“네, 고마워요, 아저씨.”
진하늘은 얌전하게 말했다.
육도훈은 더 이상 방해하지 않았다.
오전 내내 서지수는 육아영에게 춤을 가르쳤고, 진하늘은 위층에서 조용히 책을 읽었다.
점심, 수업이 끝나자 서지수는 진하늘을 데리고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육도훈이 점심을 먹고 가라며 붙잡았고, 육아영이 지나치게 열정적으로 두 사람을 막아 결국 남게 되었다.
식탁 위에는 푸짐한 음식이 잇달아 올려졌다.
육아영은 내내 서지수와 이야기를 나누며 호의를 드러냈다.
“선생님, 얘가 하늘이 맞죠?”
“응, 전에 본 적 있잖아.”
서지수가 답했다.
예전에는 진수혁과 육도훈의 사이가 좋지 않아 아이들끼리 인사도 못 하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데 어쩐지...”
육아영은 손으로 키를 대충 재보며 진지한 얼굴을 했다.
육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하늘은 예의를 지키며 진민기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서지수도 공손히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앉아서 식사해요.”
진민기는 육도훈과 함께 자리에 앉아 온화하게 손짓했다.
“여기 집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드세요.”
서지수와 진하늘은 눈을 마주친 뒤 조용히 젓가락을 들었다.
식사 내내 서지수는 진민기가 혹시 진수혁과 소유리에 대해 말을 꺼낼까 걱정했다. 진하늘도 진수혁의 이야기는 알고 있지만 직접 듣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
식사가 끝나갈 무렵에야 서지수는 조금 마음을 놓았다.
그녀는 진하늘과 정중히 감사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육도훈에게 작별 인사를 건넬 타이밍을 찾으려는데, 진민기가 곁으로 다가와 부드럽게 말했다.
“혹시 시간 괜찮으면 잠깐 밖에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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