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는 하늘이 생일이야.”
진수혁이 지극히 부드럽게 말했다.
“원래 집처럼 꾸몄어.”
“저한테는 엄마가 있는 곳이야말로 제 집이에요.”
하늘이는 지나치게 서지수의 편을 들었다.
진수혁은 평온한 시선으로 서지수를 쳐다보았다.
서지수는 그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불편해서 식탁 앞에 앉아 그를 내쫓았다.
“별일 없으면 이만 가봐. 우리 밥 먹는 거 방해하지 말고.”
“먹고 왔잖아. 왜 또 먹어?”
진수혁이 묻자 하늘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엄마가 한 요리가 맛있어서요.”
진수혁은 식탁에 있는 음식을 한번 훑어보았는데 비주얼은 꽤 괜찮아 보였다.
“아무리 맛있어도 과식하지 마. 배탈 날 수 있어.”
서지수는 젓가락을 쥐고 있던 손이 굳어지고 말았다.
‘누구를 들으라고 하는 소리야.’
“저녁에 너무 많이 먹으면 안 좋아.”
그녀가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진수혁은 또 한마디 보탰다.
“들었어?”
하늘이는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젓가락을 내려놓지 않았다.
이 둘이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진수혁은 여전히 떠나지 않았다.
그는 하늘이를 방으로 들여보내 공부를 시킨 후 소파에 앉아 서지수가 그릇을 싱크대로 옮기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가 설거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물을 틀어놓고 씻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에 기름때가 묻었을 때, 진수혁은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이 손으로 설거지가 아니라 붓을 잡거나 피아노를 쳐야 했다.
설거지하는 동안 진수혁은 내내 그녀를 지켜보았다.
서지수는 설거지를 마치고 주방에서 나와 진수혁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진수혁이 느긋하게 말했다.
“어떻게 이런 우연히 있을 수 있어.”
서지수는 이미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진민기의 능력으로 이런 일을 해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서지수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토요일 하루 종일을 오전으로 바꾸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형한테 약점 잡히고 싶지 않으면 일찍 그만둬.”
진수혁은 그녀의 표정을 통해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완전히 파악한 상태였다.
“형이 어떤 사람인지 너도 모르는 건 아니잖아.”
서지수도 알고있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 일을 그만두면 어디서 돈을 번담? 밖에서 피아노를 쳐? 진수혁이 분명 방해할 텐데...’
진수혁이 방해해서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던 일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했다.
“아주버님한테 약점이 잡혀도 어쩔 수 없는거지, 뭐.”
서지수가 대답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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