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마시겠다면 저희도 강요 안 해요.”
고준석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일은 서로의 의사가 중요하니까요.”
서승준은 술잔을 꽉 쥐더니 테이블 위를 한번 훑어보고는 복잡미묘한 심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마실게요!”
‘지수가 아까 그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렸는데 다시 도움을 청해봤자 지금보다 더 많이 마셔야 할수도 있어. 어차피 도움을 받을 바에 진수혁한테 받는 것이 낫지. 진수혁이 기회를 주기만 하면 평생 뭘 먹고 살지 걱정할 필요도 없을거야.’
서승준은 결심했는지 거침없이 마시기 시작했다.
고준석은 빈 병들이 하나씩 쌓이는 것을 보고 옆에 있는 진수혁을 힐끗 쳐다보았다.
‘너무 잔인해.’
퍽.
마지막 술병도 비워지고, 서승준은 만취 상태가 되어 비틀거리며 말을 더듬거렸지만 절대 목적만은 잊지 않았다.
“다 마셨어요.”
“네.”
진수혁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서승준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할때, 진수혁이 일어나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밖으로 나가려 하자 재빨리 달려가서 막았다.
“진 대표님, 아직 어떤 기회인지 말씀하시지 않았잖아요.”
“원래 회사 재건을 도와주려고 했는데...”
진수혁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런데 지수를 건드려서 이제는 기회가 없어요.”
서승준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느낌이었다. 그는 몇 초 동안 이 말을 곱씹어 보다 갑자기 화를 내더니 삿대질하면서 말했다.
“지금 저를 가지고 논거예요?”
진수혁은 여전히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차갑게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승준은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서지수가 건드린 심기가 이순간 술기운 때문에 자극받아 그 분노가 절정을 찍고 말았다. 그는 옆에 있는 술병으로 진수혁의 뒤통수를 향해 내리쳤다.
‘진수혁이면 뭐 어때. 똑같이 죽여버릴 거야. 그래도 엄연히 내가 자기 장인어른인데 도움을 줄지언정 나를 놀리다니.’
서승준은 생각할수록 화가 나 있는 힘껏 그의 뒤통수를 향해 내리쳤다.
빠직.
이때 진수혁은 그의 손목을 잡아 힘껏 비틀었다.
순간 팔이 탈구된 서승준이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이미 발에 차여 쫓겨나고 말았다.
쿵.
철썩.
서승준은 그대로 비참한 모습으로 테이블 옆에 쓰러졌다.
그의 눈빛에는 증오가 가득 차 있었고, 진수혁을 욕하려는데 온기가 없는 눈빛을 마주하자 하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 머릿속에는 그저 진수혁의 잔인한 수단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술값을 모두 계산해 보면 10억 원을 달할 거예요.”
진수혁은 그의 감정 변화를 모두 꿰뚫어 보며 절망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고 대표님께 변상하도록 해요.”
“제가 시킨 거 아니잖아요.”
서승준은 모든 힘을 다해 이 한마디를 말했다.
고준석은 계약서를 받아 들고 매니저에게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고는 진수혁과 함께 이곳을 떠났다.
고준석이 차 안에서 호기심에 물었다.
“지수 씨가 자기 아버지한테 아가씨로 불려 간 걸 알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
“서승준이랑 같이 설거지하고 싶어?”
고준석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괜히 물어봤네.’
진수혁은 창밖을 바라보며 눈앞에 서지수가 룸 안에서 술병을 들고 애써 침착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초라한 모습으로 고집을 부리는 것이 너무나도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 선물은 도착했어?”
진수혁이 운전석에 있는 강현서에게 물었다.
“대표님께서 시키신 대로 준비했어요.”
강현서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두 시간 뒤에 도착할 거예요.”
고준석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선물인데?”
“너도 갖고 싶어?”
고준석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내가 너무 생각 없이 물어봤나?’
“누가 감히 너같이 잔인한 놈이 보낸 선물을 받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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